"머스크 회사에 17조 빌려줬는데"…2년 만에 '뼈저린 후회'

입력 2024-08-21 08:08   수정 2024-08-21 08:24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X(옛 트위터)를 인수하는 데 은행들이 빌려준 자금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대출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2022년 10월 머스크 CEO가 당시 트위터를 인수할 때 은행들이 빌려준 대출금 130억 달러(약 17조3000억원)가 인수 2년이 다 돼 가도 상환되지 못하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트위터 인수를 위해 머스크의 지주회사에 대출해 준 은행은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즈 등 7곳이다. JP모건과 골드만삭스는 참여하지 않았다.

시장조사업체 피치북LCD에 따르면 트위터 인수에 제공된 대출은 2008∼2009년 금융위기 이후로 가장 오랫동안 회수되지 못한 인수 거래 대출 중 하나가 됐다. 은행은 한 기업이 다른 회사를 인수할 때 필요한 자금을 빌려주고, 그 대출금에 대한 권리를 담은 채권을 만들어 이를 다른 투자자들에게 팔아 돈을 회수한다. 이를 인수금융이라 한다.

금융위기 당시에도 많은 대출 채권이 팔리지 않았지만, 은행 대부분은 기업 파산 등으로 약 1년 안에 대출금을 회수하거나 손실 처리를 했다. 2007년 당시 200억 달러 규모로 이뤄진 한 대출은 해당 기업이 1년 만에 파산하면서 은행의 회수 문제가 해결됐다.

시카고대 재무학 교수인 스티븐 카플란은 "트위터 인수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거래 중 하나"라며 "이 대출금은 다른 거래보다 훨씬 더 오랫동안 은행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머스크는 인수한 트위터의 사명을 X로 바꿨다. 이후 X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은행들로서는 손실을 입지 않고는 이 채권을 팔기가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

머스크는 당시 트위터를 440억 달러에 인수했지만, 지난해 그 가치는 약 190억 달러로 급감했다. 머스크 인수 이후 X는 전체 직원의 3분의 2에 해당하는 규모의 대량 해고와 오너리스크 등에 따른 광고주 이탈로 수익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출금을 회수되지 못하면서 은행들로서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일부 은행은 이 대출의 가치를 수억 달러씩 떨어뜨리면서 이익이 크게 줄어들게 됐다. 일부 은행은 트위터 대출금 미환수로 인해 다른 인수합병(M&A) 거래를 위한 자금 규모를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클레이즈의 경우 직원들의 보상을 일부 삭감했다.

트위터 인수금융은 미국 투자은행의 순위도 바꿨다. 뱅크오브아메리카와 모건스탠리는 트위터 인수 전인 2021년과 2022년 미국 투자은행 순위에서 상위 1, 2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2023년과 2024년에는 트위터 거래에 자금을 조달하지 않은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1위에 올랐다. 한 업계 관계자는 WSJ에 "실적에 타격을 입히는 계약들은 늘상 있지만, 트위터 문제는 정말 컸다"고 말했다.

X는 올해 초 채권단으로부터 '은행 금리를 낮추는 대신 X가 대출금 중 일부를 상환한다'는 등의 대출 재구성 계획을 제안받았지만, 머스크는 이 계획을 따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테슬라, 뉴럴링크, xAI 등 6개 회사를 거느린 세계 최대 부자인 머스크와 계속 거래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은행들로서는 X 문제가 딜레마인 상황"이라고 전했다.

향후 있을 우주기업 스페이스X나 스타링크 위성 사업 등의 기업공개(IPO)가 은행의 새로운 수익 창출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머스크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X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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