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비가 계획된 1기 신도시 산본과 중동이 부동산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2022년 대선을 앞두고 1기 신도시 재건축 공약이 나왔을 당시만 하더라도 기대감에 집값이 고공행진했지만, 이후 하락을 거듭하며 상승분을 반납한 상태가 유지되는 모양새다.
1기 신도시 재정비 가시화에도…산본·중동 집값 '잠잠'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군포시 금정동 '충무주공 2단지' 전용면적 44㎡는 지난 14일 3억1000만원(10층)에 팔렸다. 직전 거래인 전달 3억1500만원(10층)보다 가격이 소폭 내렸다. 지난해 8월 거래된 가격인 3억200만원(8층)과 비교해도 별다른 차이가 없다.
이 아파트 단지는 지하철 4호선 산본역과 도보 1분 초역세권에 위치한 2489가구 규모 대단지다. 202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 1기 신도시 재정비 공약이 제시되자 산본신도시의 대표 수혜 단지로 꼽혔다. 재건축 기대감에 이 단지 동일 면적은 2021년 10월 4억7750만원(13층)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후 주저앉은 집값이 선도지구 공모가 시작된 시점까지도 회복되지 않는 것이다.
인근 개업중개사는 "산본역 도보 1분 거리이고 서울까지 30분이면 닿는 단지"라며 "주민들도 선도지구 지정에 열의를 내고 있고, 초역세권이기에 군포시에서도 재건축에 호의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재건축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가격은 바닥에서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 목적으로 매수했던 소유주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본의 다른 아파트 단지 상황도 다르지 않다. 산본동 '산본주공11단지' 전용 36㎡는 지난 10일 2억6800만원(15층)에 거래됐다. 2022년 4월 기록한 4억원(10층)과 비교해 30%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지난해 8월 2억8000만원(9층)과 비교해도 1년 사이 가격이 하락했다. 이 단지도 군포시의 선도지구 배점표에서 동의율을 제외하면 최상위권에 꼽히는 곳이지만, 재건축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대형 면적도 같은 처지다. 산본동 '한양수리' 전용 96㎡는 지난 8일 6억800만원(20층)에 손바뀜됐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6억3000만원(7층)보다 낮은 액수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한양백두' 아파트(149㎡) 역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 아파트 전용 96㎡는 지난달 6억500만원(17층)에 거래됐다. 지난해 8월 6억4700만원(10층)과 비교하면 4000만원 이상 하락한 가격이다.
1년 전보다 낮아진 가격…"시장의 분담금 우려 반영"
경기 부천시 중동신도시도 재건축 이슈가 가격에 호재로 반영되지 않는 모양새다. 원미구 중동 '은하마을주공2단지' 전용 47㎡는 지난 8일 3억8650만원(3층)에 팔렸다. 이전 최고가인 2022년 5월 5억500만원(14층)보다 약 24% 낮은 액수다. 1년 전 같은 기간 3억5000(2층)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타나진 않는다. 인근 '포도삼보영남' 전용 75㎡도 지난 15일 5억5000만원(1층)에 거래됐다. 층수 차이가 있다고는 하지만 전년 같은 기간 5억8000만원(15층)에 거래된 것을 감안하면 재건축 이슈로 인한 가격 상승 효과를 보지 못한 셈이다. 마찬가지로 '중흥마을주공' 전용 58㎡도 지난 6일 4억5000만원(12층)에 팔렸는데, 지난해 10월 4억4000만원(13층)에서 1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중동신도시 '미리내동성' 전용 52㎡ 역시 지난 16일 4억1000만원(10층)에 팔렸는데, 지난해 6월 4억1300만원(10층)보다 낮은 가격이다. 1기 신도시 재정비를 위한 선도지구 공모가 시작되고 기본계획안까지 나오며 재건축이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시장에서는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
정비업계에서는 이들 지역에 대한 시장의 재건축 기대감이 낮은 결과라고 풀이한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산본 신도시는 전체 가구 중 임대주택 비율이 33.9%다. 임대주택을 재정비하려면 공공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별도 이주대책도 세워야 하는데, 이러한 준비가 미비해 산본신도시 재정비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중동신도시는 평균 용적률이 216%로 1기 신도시 중 가장 높다. 부천시는 중동 신도시의 기준 용적률은 350%로 60%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사업성 확보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와 금융비용이 늘어나면서 과거에 비해 재건축 부담이 커졌다"며 "재건축하더라도 시세가 낮으면 일반분양가도 낮아져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난다. 분당 외에는 선도지구를 발표하더라도 이후 분담금이 확정되면 사업이 멈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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