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AI 핵심장비 칠러 키울 것…매출 1조원 달성"

입력 2024-08-21 18:40   수정 2024-08-22 01:22

‘21세기의 금맥’인 인공지능(AI)산업을 얘기할 때 AI 반도체는 금을 캐는 곡괭이로, 데이터센터는 금을 나르는 철도로 비유된다. 곡괭이도, 철도도 없는 LG전자가 ‘골드러시’에 올라타기 위해 내놓은 전략은 세계 최고로 꼽히는 가전사업에 AI를 입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시장은 열광하지 않았다. LG전자는 AI에서 비켜난 TV, 냉장고, 에어컨 등 가전이 주력이란 이유에서였다. 냉난방공조(HVAC)는 ‘AI 열풍’을 타기 위해 고심하던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찾아낸 해법이었다. AI 반도체가 24시간 뿜어내는 열을 식혀주는 ‘초대형 냉방기’(칠러)를 데이터센터 맞춤형으로 공급하면 LG전자도 AI 수혜주가 된다고 판단한 것이다.

전략은 통했다. 올 2분기 북미 데이터센터에 1000억원 규모 칠러를 공급하기로 한 데 이어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와도 논의에 들어갔다.
○AI 핵심 장비로 떠오른 칠러

LG전자는 21일 서울 마곡동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연 기관투자가 대상 미래사업 설명회 ‘2024 인베스터 포럼’을 통해 ‘AI 기업으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90분짜리 행사 중 30분을 칠러 설명에 할애했다. 조 CEO는 “AI 시장이 커지면 데이터센터는 필연적으로 늘어난다”며 “3년 내 칠러 매출을 1조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칠러가 AI 시대 핵심 장비로 떠오른 건 AI 반도체가 뿜어내는 ‘열’ 때문이다. AI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슈퍼컴퓨터’ 격인 데이터센터에선 반도체 묶음인 AI 가속기로 구성된 서버가 24시간 365일 돌아간다.

전력 소모량도 많다. 2027년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모량은 아르헨티나의 연간 전력 소모량과 맞먹는 100테라와트시(TWh)에 달할 전망이다. 서버에서 뜨거운 열이 방출되고, 이 열이 데이터센터를 달구면 성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열 관리’는 필수다.
○가전 노하우로 칠러 효율 4.5%↑
글로벌 냉난방 시장에선 일본과 중국, 미국 기업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세계 1위는 일본 다이킨공업. 경쟁자로는 미쓰비시와 파나소닉, 중국의 그리, 아일랜드의 트레인 등이 꼽힌다. 5위권인 미국 존슨컨트롤스의 HVAC사업부가 최근 약 9조원에 독일 보쉬에 팔릴 정도로 칠러 기업들의 몸값은 한껏 높아져 있다.

후발주자인 LG전자의 힘은 모터, 콤프레서 등 가전용 부품에서 쌓은 노하우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여러 빅테크가 LG전자를 눈여겨보는 이유다. 이재성 LG전자 에어솔루션사업부장은 “가전에서 쌓은 노하우를 활용해 칠러 효율을 4.5% 끌어올렸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차가운 공기로 데이터센터를 식히는 칠러와 달리 액체로 열을 식히는 ‘액침냉각’ 사업에도 뛰어든다고 밝혔다. 에어컨 사업을 통해 쌓은 냉매·열교환 기술을 활용하면 승산이 있다는 게 LG전자의 판단이다.
○유료 영화 스트리밍도 곧 시작
LG전자가 HVAC와 함께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키우는 건 TV용 소프트웨어 ‘웹OS’를 활용한 광고·콘텐츠 사업이다. LG전자는 자사 스마트TV를 통해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프로그램 중간에 광고를 넣는 방식으로 수익을 내는데, 올해 매출 1조원을 넘을 것이란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넷플릭스처럼 고객에게 돈을 받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TVOD’ 사업도 조만간 유럽에서 시작하기로 했다. 2027년까지 1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가전사업은 구독 형태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구독사업의 올해 매출 목표는 1조8000억원에 달한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전체 매출(100조원)의 절반이 넘는 52조원을 이들 신사업에서 낸다는 목표다.

황정수/김채연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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