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서 고래처럼 움직이는 거대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궁금하다면 ‘13F’를 알아야 한다. 13F는 1억 달러 이상의 큰돈을 굴리는 사람들이 ‘어디에 투자했는지’를 공개하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는 유명 요리사의 비밀 레시피를 엿보는 것과 비슷하다. 개인투자자들이 험난한 바다에서 헤엄칠 때 이 거대 기관들이 무엇에 베팅했는지 확인하는 건 중요한 힌트가 된다.
하지만 주의할 점도 있다. 이 정보가 당신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도, 때로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Q. 13F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요구하는 보고서 중 하나로 공식적으로는 ‘Form 13F’로 불린다. 미국에서 1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는 기관투자가들이 분기별로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13F는 주식, 옵션, 전환사채, 그리고 일부 장기 투자에 대한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투자자들은 해당 기관이 어떤 주식과 금융상품에 투자하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
보고 대상: 1억 달러 이상의 자산을 관리하는 기관투자가, 예를 들어 헤지펀드, 뮤추얼펀드, 연기금, 보험사 등이 포함된다.
보고 항목: 주로 상장 주식, 옵션, 상장지수펀드(ETF), 전환사채 등 공시가 요구되는 금융상품에 대한 보유 내역이 포함된다.
보고 시기: 각 분기 종료 후 45일 이내에 제출해야 한다. 예를 들면 1분기 결과는 5월 15일까지는 내야 한다.
Q. 주요 내용은?
주식 이름: 어느 회사의 주식을 샀는지 알려준다.
주식의 수량: 얼마나 많은 주식을 샀는지 알 수 있다. 그 회사에 대한 대가의 관심을 보여준다.
주식의 가치: 그 주식이 얼마짜리인지, 총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준다.
변화: 지난 분기보다 주식을 더 샀는지 팔았는지, 그대로 두었는지 알 수 있다. 지난번보다 더 많이 샀다면 그 회사에 대한 믿음이 더 커졌다고 해석할 수 있다.
Q. 어떻게 사용해?
13F를 보고 투자의 길라잡이로 삼을 수 있다. 예컨대 워런 버핏의 벅셔해서웨이가 애플 주식을 1분기와 2분기에 매도했을 때 사람들은 “왜 팔았을까?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었나?” 유추하고 애플에 대한 투자 전략을 세웠다.
Q. 문제는 없을까?
13F 보고서는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기관투자가들이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기관투자가들은 분기 말에 13F 보고서를 제출하기 전에 포트폴리오를 일시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대중에게 인기가 있는 주식을 보고서 제출 직전에 매수해서 포트폴리오에 넣었다가 보고서를 제출한 후 바로 팔 수도 있다.
기관이 13F에 어떤 주식을 많이 샀다고 보고하면 많은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보고 “큰 투자자가 이 주식을 샀으니까 나도 사야지”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관이 실제로는 그 주식을 보고서 제출 직후에 팔아버린다면 그 주식을 뒤따라 산 개인투자자들은 나중에 가격이 떨어져 손해를 볼 수 있다. 특히 헤지펀드들은 장기투자보다는 투자 기간이 짧은데 비해 굴리는 자금의 규모는 크기 때문에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13F 보고서는 분기마다 제출되기 때문에 보고서에 나와 있는 정보는 이미 몇 주에서 몇 달 전의 정보일 수 있다. 그동안 시장 상황이 바뀌었을 수도 있고 기관이 이미 그 주식을 팔았을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13F 보고서는 매우 유용한 정보이지만 투자자들이 이를 활용할 때는 항상 주의가 필요하다. 기관투자가들은 13F 보고서가 공개되기 전에 이미 다른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보고서에 나온 대로 따라 투자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13F 정보를 참고하되 자신의 판단과 함께 다른 시장 정보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DGAR(전자 데이터 수집, 분석, 검색 시스템): 우리나라에 다트가 있다면 미국에는 SEC에서 운영하는 EDGAR 시스템이 있다. 이 시스템을 통해 13F 보고서를 열람할 수 있다.
2. 정리 사이트 이용하기
하지만 SEC에 제출한 공시문서들은 일반인이 쉽게 볼 수 있도록 정리된 양식이 아니기 때문에 정보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13F 보고서를 일반인들도 보기 쉽게 정리해둔 사이트들이 많다. 예컨대 ‘웨일 위즈덤(whale wisdom)’이란 사이트는 일목요연하게 13F를 정리해 편리하다. 홈페이지 상단에 검색하고 싶은 운용사 이름을 넣으면 된다.
3. 증권사 서비스 이용하기
지루한 교과서보다 핵심 문제만 모아둔 비밀명기를 원한다면 증권사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다수의 증권사가 대가들의 포트폴리오를 따로 서비스한다. 13F를 통해 정리된 내용을 일목요연하게 인포그래픽으로 보여줌으로써 따로 찾아볼 수고 없이 대가의 포트폴리오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각사의 서비스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큰손의 포트폴리오 이야기를 통해 해당 종목의 매수·매도 이유를 더 쉽고 깊게 이해할 수 있는 해설 콘텐츠도 제공한다. 이 밖에도 투자자의 편의를 위해 대가들의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따라 할 수 있는 주문하기 기능을 지원한다.
4. 구루 따라 하는 ETF가 있다?
공부보다 실전이 더 중요한 사람이라면 바로 투자에 들어가도 좋다. 시장에는 대가의 포트폴리오를 추종하는 ETF가 다수 출시되어 있다. 대표적인 게 GFGF 펀드다. 정식 명칭은 Guru Favorite Stocks ETF다. 유명한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식에 집중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로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구루(Guru)’라고 불리는 유명 투자자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월 KB자산운용이 벅셔해서웨이와 그 기업이 투자하고 있는 대표적인 포트폴리오를 ETF로 한 번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인 ‘RISE 버크셔포트폴리오Top10 ETF’를 내놨다. 기초지수는 ‘Solactive Berkshire Portfolio Top10 Index’를 추종한다. 벅셔해서웨이 주식(BRK.b)에 최대 27.5%를 투자하고 나머지 약 72.5% 비중을 벅셔해서웨이가 투자하는 주식 포트폴리오 상위 10개 종목으로 구성하는 방식이다.
빅테크 기업인 애플을 제외하면 금융(뱅크오브아메리카·아메리칸익스프레스), 소비재(코카콜라·크래프트하인즈), 에너지(셰브론·옥시덴탈페트롤리움) 등 다양한 산업의 우량 기업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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