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윤 "이번엔 기업가치 3조"…'연쇄 창업자'의 연타석 홈런

입력 2024-08-22 19:04   수정 2024-08-22 23:39


‘연쇄 창업자’ 이승윤 대표(33)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반 지식재산권(IP) 스타트업 PIP랩스가 3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사) 반열에 올랐다. PIP랩스는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창업해 4억4000만달러(약 5000억원)에 매각한 이 대표가 두 번째로 일군 기업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CNBC에 따르면 IP 생태계 플랫폼 ‘스토리’ 개발사인 PIP랩스는 8000만달러(약 1092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22억5000만달러(약 3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았다. PIP랩스는 이 대표와 구글 딥마인드 출신 제이슨 자오 최고프로토콜책임자(CPO·24)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공동 창업한 회사다.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주도로 폴리체인캐피털 등이 투자에 참여했다. 삼성전자의 VC 자회사인 삼성넥스트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도 이 회사에 돈을 넣었다.

이 대표는 래디쉬 창업 5년 만인 2021년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회사를 매각해 성공 신화를 쓴 인물이다. 매각 후 카카오엔터에서 글로벌전략담당으로 일하다가 2022년 퇴사하고 PIP랩스를 새롭게 차렸다. 딥마인드에서 천재 개발자로 불리던 자오 CPO와 글로벌 블록체인 전문가들이 의기투합해 창업팀을 꾸렸다.

PIP랩스가 개발한 스토리는 창작자들이 자신의 IP를 보호하고 수익을 창출하도록 돕는 플랫폼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을 개발하는 빅테크들은 창작자의 동의 없이 온라인 콘텐츠를 가져다 인공지능(AI) 학습에 쓰고 있다. 창작자들은 IP를 통한 수익 창출은커녕 자신의 IP가 어디서 어떻게 쓰이는지조차 모르는 게 보통이다.

이 대표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창작자들의 의욕이 꺾이고 결국 AI 기술을 발전시킬 창작물이 고갈될 것으로 봤다. 지금은 사람들이 검색엔진이나 SNS를 통해 창작자들의 콘텐츠를 직접 접하지만, AI 기업들이 모든 데이터를 빨아들이면 나중엔 창작자에게 가야 할 트래픽까지 빅테크의 AI 서비스로 쏠리게 된다. 그러다 보면 창작자들이 원본 IP를 창작할 동기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장기적으론 AI산업도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대표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IP에 대한 소유권과 라이선스를 메타데이터 형태로 삽입, 복잡한 법적 절차 없이도 창작자들이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스토리를 활용하면 창작자들은 더 이상 IP 보호를 위해 비싼 변호사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IP를 등록할 때 소유권자와 활용 범위, 사용 한도, 원하는 배분 수익 등을 명시하고, AI 기업이나 2차 창작자들은 정당한 비용을 내고 IP를 활용하면 된다.

현재 200여 개 팀이 스토리 플랫폼에 2000만 개 이상의 IP를 등록했다. 영화와 패션, 미술, 게임 등 IP 종류도 다양하다. 이 대표는 “인터넷에서 창의적인 실험이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창작자와 AI산업 모두에 이익이 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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