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이 금 13개 등 총 32개 메달로 세계 8위 성적을 거뒀다. 아마추어 스포츠 정신을 고양하는 올림픽에서 과도한 메달 경쟁과 국가 순위에 집착하는 일각의 과열이 썩 바람직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성과는 좋다. 특정 메달리스트가 소속 스포츠 협회와 갈등을 표출하는 등 볼썽 사나운 모습도 보였다. 소수 엘리트 중심 체육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면에는 스포츠를 그 자체로 누리고 즐기는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경제적 성취, 돈의 문제로 접근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있다. 금·은·동 메달을 따면 적지 않은 포상금이 지급되는 데다 연금까지 나라에서 주고, 남자 선수의 경우 현역 복무 면제 혜택까지 제공한다. 스포츠맨십이 강조되는 올림픽 입상자에게 연금과 포상 장려금, 병역 혜택은 타당한가.
한마디로 그간 수없이 흘려온 땀과 노력에 대한 대가다. 이런 보상은 스포츠가 아니어도 여러 분야에 걸쳐 있다. 국제적으로도 많은 나라가 경제적 보상을 한다. 대한민국의 경우 가장 큰 상은 평생 연금이다. ‘경기력향상연구연금’이라는 이름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경우 매달 100만원, 은메달 75만원, 동메달 52만5000원을 지급한다. 60세 이후 죽을 때까지 문화체육관광부가 지급하는 상금이다. 포상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금메달리스트는 6300만 원, 은메달리스트는 3500만 원, 동메달리스트 2500만원이다. 메달을 2개 이상 따면 부분적으로 중복해서 받을 수도 있다. 물론 상한이 있어 계속 늘지는 않는다. 단체전의 경우 개인전 포상금의 75%를 지급한다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따면 그에 따른 보상이 뒤따른다. 이 정도는 최소한이다.
밤잠을 설치며 응원한 국민의 관심과 열기, 거액의 국가 예산까지 투입해 국가 대표단을 보낸 만큼 성과를 낸 메달리스트들에게는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해야 체육 발전이 가능하다. 그래야 이들이 스포츠를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 경기력 정점의 현역 선수에서 은퇴하더라도 생활이 어느 정도 보장되어야 스포츠에 매진하며 후배들을 지도하고 감독·코치로 스포츠 발전에 더 기여할 수 있다.
스포츠로 돈을 벌고 경제적 지위를 쌓아가는 것도 분명 의미 있는 일이다. 다만 돈으로 성과를 내고 돈에 따라 좌우되는 스포츠는 따로 있다. ‘프로스포츠’다. 축구·야구·배구·골프·권투 등 많은 분야의 프로리그가 있다. 올림픽을 기반으로 이쪽으로 진출하면 된다. 프로리그가 아니어도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등에서 우수한 경기력을 보이거나 메달리스트가 되면 고액의 광고모델이 될 수도 있다. 멋진 경기와 모범적 자세를 보인 선수들은 비인기 종목이어도 ‘스타’가 되면서 사회적으로 상당한 보상을 받는다. 김연아 같은 선수를 보면 프로리그가 따로 없는 빙상 분야지만 돈과 명예를 누리고 있다. 정부에서 연금을 주고 협회 등에서 거액의 포상금을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경제적 보상이다.
정부가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에게 연금과 포상금을 주고 기업 등 협회 및 후원회에서 별도의 상금을 제공하는 것은 과도할 뿐 아니라 아마추어 스포츠 정신을 훼손시킬 수 있다. 병역 면제도 지나친 특별 대우다. 게다가 아파트 특별공급 혜택까지 주는 것은 과잉이다. 그러지 않아도 대학 및 대학원 진학에 유리하고 학비도 지원해준다. 공공기관에서 특별 채용돼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도 한다. 방송 해설자, 지도자 등 다양한 기회도 있는데 정부까지 돈을 주는 것은 과잉이다.
허원순 한국경제신문 수석논설위원 huh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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