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한 게 생기면 일단 당근, 중고나라 가서 먼저 찾아요."
갓 직장인이 된 김모씨(28)는 최근 중고 거래에 푹 빠졌다. 원래는 중고 거래를 선호하지 않았으나 최근에는 새것 같은 중고 제품을 샀을 때 느끼는 희열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씨는 "중고로 최대한 아끼고 아낀 돈으로 필요한 걸 하나 더 사는 게 현명하다"며 "마트에 직접 가든 e커머스를 하든, 온라인에서 후기를 찾아보고 사야겠으면 중고 거래 앱부터 먼저 켜서 확인한다. 그래도 못 구하는 데 당장 필요한 거면 그때는 마트나 e커머스에서 산다"고 설명했다.
최근 20대를 중심으로 중고 거래가 늘면서 중고 거래 플랫폼 인기가 커지는 분위기다. 고조되는 물가 상승에 조금이라도 값싼 물건을 사거나, 있는 물건을 최대한 처분해 주머니에 여윳돈을 챙겨야 할 정도로 젊은 층 사정이 좋지 않다는 진단이 나온다.
지난 7월 MAU 지표상 당근은 1739만명, 번개장터는 298만명으로 집계됐다. 모두 올해 최고치다. 중고나라는 89만명으로 최근 다소 주춤하지만 올해 내내 비슷한 수준을 유지 중이다.
상승세를 견인하고 있는 것은 20대다. 당근과 번개장터 20대 MAU는 지난 7월 각각 423만명과 96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중고나라는 역대 최다인 지난 5월 26만명을 기록한 후 내내 근접한 수준을 보인다.
본래 중고거래 시장은 30대와 40대가 핵심 사용자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20대 사용자가 늘어나면서 이용자 분포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2021년까지만 해도 당근의 20대 MAU는 300만명대 중반, 비율로는 20% 초반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400만명대로 약 100만명이 늘면서 비중은 20% 중반으로 커졌다.
번개장터 20대 MAU는 70만명대 후반에서 80만명대 초반에서 움직이다 지난해 말 80만명대 후반으로 급증하더니 지난 6월에는 처음으로 9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 7월에 96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해 100만명을 넘보고 있다. 20대 MAU 비중도 본래 20% 중후반대였는데 최근에는 32%까지 오른 것으로 확인된다.
중고나라 20대 MAU도 2021년 10만명대 중후반에서 최근 26만명으로 급증했다. 비율도 20%대 중반에서 최근에는 29%로 30%에 가까워졌다. 본래는 20대와 30대 MAU가 비등비등했는데 최근에는 아예 20대 MAU 비중이 가장 많아진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팬데믹 때 명품 소비 등을 이어온 젊은 층이 처분을 통해서라도 여윳돈 마련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진단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물가에 타격을 받는 대표적인 계층이 소득이 적은 청년층"이라면서 "그간 중고 거래든 일반 거래든 젊은 층이 과시적인 욜로(YOLO·You Only Live Once) 성향을 많이 보여왔는데, 이제는 생존을 위해 가성비를 고집하는 요노(YONO·You Only Need One)를 택한 결과로 중고 거래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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