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첫날부터 꼼꼼히 기록해 놓은 '유연근무제 8년'

입력 2024-08-23 18:06   수정 2024-08-24 00:40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개별 근로자가 원하는 대로 정할 수 있는 ‘플렉시블 워킹’(유연근무제)을 시행한 지 1일차. 모든 팀원이 약속이라도 한 듯 회사로 출근했다. 열흘이 지나자 회사 대신 집이나 카페에서 일하는 구성원이 절반으로 늘었다. 이젠 제주도에서 한 달 살기를 하거나 싱가포르에서 살면서 일하는 직원도 생겼다.

<일의 진화>는 2017년부터 8년 넘게 플렉시블 워킹을 실험해 온 어느 회사 조직장의 기록이다. 플렉시블 워킹을 시작한 첫날의 회의록부터 시행착오와 조정 등 국내에선 생소한 제도를 한 조직에 정착시키는 과정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저자는 플렉시블 워킹을 시행한 이후 더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동료들과 같은 공간에서 일하지는 않지만 공식적인 정보 공유가 더 잦아졌다. ‘오며 가며 알게 되겠지’라고 가정할 수 없으니 정보 전달을 위한 자리를 더 많이 마련하고, ‘공지’란 이름의 커뮤니케이션도 더 자주 이뤄져서다. 업무 영역 분담이 명확해져 공정성을 둘러싼 팀원 간 불만도 줄어들었다.

책은 플렉시블 워킹에 적응한 다양한 사례를 소개한다. 가령 외부 미팅이 잦아 카페에서 자주 일하는 직원은 미팅 장소마다 가는 카페와 그곳에서 시키는 메뉴, 자리 등을 고정해두고 바꾸지 않는다. 새로운 카페를 찾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을 줄이고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서다. 휴가가 아닌 이상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는 연락이 돼야 한다는 등의 원칙을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플렉시블 워킹 실험을 통해 저자는 각자의 삶을 존중하면서 함께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강조한다. 자율적인 분위기에서 누군가는 아침 일찍, 누군가는 밤늦게 일에 몰두하는 것을 선택했다. 자신에게 최적화한 방식인 만큼 일의 만족도가 올라갔다. 노동이 ‘내 것’이 되자, 억울함과 불필요한 스트레스가 줄어들고 동료를 배려하는 여유도 생겼다는 설명이다.

8년 동안 새로운 근무 형식을 실험하고 적응해 온 당사자의 증언은 경제·경영학 이론서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교훈을 준다. 인공지능(AI) 발달로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근로 형태의 변화는 언젠가 찾아올 미래다. ‘유연한 근로자’로서 미리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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