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주요 계열사가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는 가운데 한쪽에선 비주력 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유동성 확보를 위한 부동산 자산 매각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분위기다. 핵심 사업을 선별해 선택과 집중하는 전략이 재계 전반으로 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은 올 상반기에만 비주력 사업과 자산을 정리해 1조4000억원 규모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SK네트웍스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에 SK렌터카를 8200억원에 매각했다. SK어스온은 미드오션에너지에 페루 액화천연가스(LNG) 지분 20%를 3400억원에 팔았다. SK스퀘어는 크래프톤 지분 2.2%를 정리해 약 2600억원을 확보했다.
SK그룹은 SK스페셜티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도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베트남 빈·마산그룹 지분과 중국 동박 제조기업 왓슨 지분 등 해외 기업에 투자했던 지분을 정리하는 작업도 이어가고 있다. 중복 투자를 정리하고,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줄여 주요 사업에 더 힘을 싣겠다는 게 SK그룹 리밸런싱 전략의 핵심이다.
그룹 차원에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롯데그룹도 매각할 사업 부문을 솎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 석유화학 생산기지인 LC타이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유통업과 건설업의 부진이 겹치면서 위기에 처한 신세계그룹도 비주력 계열사 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주요 대기업은 부동산 자산 정리를 통한 유동성 확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화재는 경기 성남 판교 사옥을 삼성그룹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 계열사인 삼성FN리츠에 매각하는 거래를 다음달 마무리할 예정이다. 매각금액은 1258억원이다. 한화생명은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을 8080억원에 한화리츠에 매각한다. 엔씨소프트는 옛 사옥인 서울 삼성동 엔씨타워를 매각하기 위해 자문사를 선정했다. IB업계 관계자는 “고금리 상황에도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자 제값을 받고 자산을 매각해 투자 재원을 마련하려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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