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내리자 완전히 뒤집힌 '에어매트'…제 기능 못한 이유가

입력 2024-08-23 21:11   수정 2024-08-23 23:39


지난 22일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화재로 19명의 사상자가 난 가운데 현장에 설치됐던 에어매트가 완전히 뒤집혀 제 기능을 다 하지 못한 것을 두고 실효성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23일 소방 당국은 "당시 여성 투숙객이 807호 창문에 매달려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다"며 "설치가 완전히 될 때까지 기다리라고 외쳤는데 오래 매달린 탓에 기력이 빠져 그냥 떨어졌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호텔 인근 폐쇄회로(CC)TV에는 807호에 머물던 여성 투숙객이 에어매트 위에 떨어지자 에어매트가 완전히 뒤집히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3~4초 뒤 같은 호실에 투숙하던 남성 투숙객도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렸다. 해당 투숙객 2명은 심폐소생술(CPR)을 받으며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모두 숨졌다.

소방 당국은 사고 당시 주차장 기둥 때문에 에어매트를 호텔 쪽으로 깊숙이 넣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807호 투숙객이 에어매트 중앙이 아닌 가장자리에 떨어지게 됐다는 게 소방 당국 측 설명이다.

주차장 입구에 경사가 있었던 것도 에어매트가 뒤집힌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소방 관계자는 "여성 투숙객이 가장자리 부근에 수직으로 떨어졌다"며 "이 충격으로 에어매트가 일어선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소방 당국은 에어매트를 지지할 수 있는 인원이 없었다고 밝혔다. 소방 관계자는 "에어매트는 자동으로 부풀지 않는다"며 "가만히 둔 상태에서 기다렸다가 조정해야 하는데 상황이 급해 투숙객이 먼저 떨어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이들의 부검을 통해 사망 원인을 규명하는 한편 호텔의 법령 위반 여부를 조사할 계획이다.

22일 오후 7시34분께 부천의 한 호텔 객실에서 발생한 이번 화재로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807호에서 에어매트 위로 뛰어내린 남·여 투숙객 외 나머지 사망자 5명은 모두 연기 흡입으로 질식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성진우 한경닷컴 기자 politpe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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