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많이 먹어 살이 찌면 피곤해지는 걸까, 피로도가 높기 때문에 음식을 많이 먹게 돼 살이 찌는 걸까.' 피로와 비만의 악순환을 푸는 해법은 여기에서 시작한다.
피로감 탓에 당분 높은 음식을 지나치게 많이 먹으면 인슐린이 갑자기 혈당을 확 낮추는 데다 장속 나쁜 균이 독소를 만든다. 이 때문에 피로감이 커지면 다시 음식을 찾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게 의사들의 평가다.
해법으론 단백질 위주 식사, 적당한 영양소 보충 등이 거론됐다.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잘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김기덕 대전선병원 검진센터장(가정의학과 전문의)은 지난 25일 대한비만건강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고 26일 밝혔다. 그는 '비만환자의 만성피로: 먹어서 피곤한가? 피곤해서 먹나? 해결책은?'을 주제로 한 강연에서 "과식과 비만, 피로는 서로 연결됐고 적절한 대응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고 했다.
강도높게 일을 하거나 과격한 운동을 한 뒤 음식이 당기는 것은 당연하다. 김 센터장은 "갑자기 피로감을 느끼면 신속하게 에너지를 공급하기 위해 탄수화물이나 당분이 많은 음식을 찾게 된다"고 했다. 힘이 들때면 주변 사람들과 농담처럼 주고받는 '당이 떨어졌다'는 말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이때 과도한 양의 음식을 섭취하면 몸 속 혈당이 급격하게 상승한다. 이 때문에 인슐린도 평소보다 많이 분비된다. 인슐린이 나오면 포도당을 근육이나 간으로 옮겨 혈당을 낮춰준다.이 때문에 다시 기운이 떨어지고 음식을 찾는 식탐이 생기면서 먹을 것을 찾는 과정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김 센터장은 "근육으로 이동한 당분은 지방으로 저장되면서 체지방이 늘어 비만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피로가 계속 쌓이면 살이 찌는 이유다.
또다른 이유도 있다. 당분이 많은 음식을 과도하게 섭취하면 장속 유해균이 활발하게 활동해 독소가 많이 나온다. 독소를 해독할 땐 에너지를 만드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소모한다.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피로감을 느끼고 독소 탓에 어지럼증이나 무기력함을 호소하기도 한다. 이른바 '피로와 비만의 악순환'이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푼다는 말처럼 스트레스가 생기면 음식을 찾게 되기도 한다. 김 센터장은 "설탕과 탄수화물이 도파민을 증가시키면 뇌 보상회로에 작용해 스트레스와 슬픔을 줄여준다"며 "술이나 담배에 중독되는 과정처럼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설탕 중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살이 찌지 않으려면 스트레스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다.
김 센터장은 이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비만과 피로의 연관성을 충분히 이해하는 게 필요하다. 생활습관을 살이 덜 찌는 방향으로 바꾸는 것도 중요하다.
그는 "포만감을 주면서 혈당을 높이지 않는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게 좋다"며 "장 건강을 개선하고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도록 적절한 영양소를 보충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춘계학술대회엔 비만건강 전문가 200여명이 참여했다. 황희진 가톨릭관동의대 국제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을 동반한 만성질환자에 대한 최선의 치료법'을 발표했다. 참석자들은 비만 약물 치료, 고도비만 치료 전후 관리, 비만환자에 대한 기능의학적 접근법 등에 대해 발표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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