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민시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를 위해 뿜어낸 연기 열정을 전했다.
고민시는 26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 인터뷰에서 작품에 임했던 남다른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작품에서 고난도 연기를 한 거 같다"며 "캐릭터를 위해 많이 고민했고, 기괴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6kg 정도 감량하기도 했다"고 말하며 열정을 내뿜었다.
지난 23일 공개된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는 한여름 찾아온 수상한 손님으로 인해, 평온한 일상이 무너지고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서스펜스 스릴러다. 고민시는 수상한 손님 유성아 역을 맡아 펜션 주인 영하 역의 김윤석과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며 극을 이끈다.
고민시는 "캐릭터를 위해 체중도 5~6kg 정도 감량했다"며 43kg 정도였다. 제 인생 최저 몸무게였다"고 말했다.
이어 "척추의 뼈가 잘 보여서 동물적인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며 "에너지가 넘치는 순간에 도드라지고 기괴해 보이길 바랐다"고 다이어트를 한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번 가난하거나 이런 역할을 하다가 처음으로 작정하고 꾸미고 나왔다"며 "제일 부자 역할이라 사실 조금 더 편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몸을 써야 하는 것도 있고, 몸을 만들어야 해서 신경을 많이 썼다"고 전했다.
고민시가 연기한 성아는 그림을 그리는 여자다. 영하의 펜션에서 하루를 묵은 후, 아름다운 전경이 있는 펜션에 매료된 성아는 그곳을 떠나고도 왠지 모르게 자꾸 그곳이 떠올라 1년 뒤 다시 그곳을 찾는다. 그리고 그녀의 등장은 영하의 일상을 위협하며, 평화로웠던 그의 삶에 큰 파장을 일으킨다.
또한 기라성 같은 선배인 김윤석을 도발하며 연기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절대적으로 기싸움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일방적인 도발이라 여겼다"다고 촬영장에서 가졌던 마음가짐을 전했다.
다음은 고민시와 일문일답
▲ 공개된 소감이 어떤가.
지난해 여름에 보고 너무나 사랑했던 작품인데, 아직도 영광인 거 같다. 20대의 마무리이자 30대의 시작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주변에서도 재밌게 본 분들에게 연락도 많이 오고, 같이 작업했던 분들도 연락이 와서 감사하다.
▲ 이 작품 자체가 과거와 현재, 실제와 환상이 교차하다 보니 어렵다고 느끼는 시청자들도 있었다.
저는 연기할 땐 현재에 있는 인물이다 보니 제 모습만 봤다. 전체로 보면 친절한 대본은 아니었다. 그런데 전 이런 대본을 좋아한다. 하나하나의 연결고리를 맞춰 큰 틀이 완성되는 이야기를 선호한다. 과거와 현재가 왔다 갔다 하는 게 어떻게 정리될까 싶었는데, 친절하지 않아서 더 매력적인 작품인 거 같다.
▲ 제작발표회에서 가장 고난도 연기라고 했다.
제가 이 작품을 선택했다기보다는 오디션과 비슷한 형태의 2번의 미팅을 통해 제안받았다. 제가 해내야 할 무게감이 깊이감이 있다 보니, 그런 부분을 밤을 세며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좋은 캐릭터를 만들까, 현장에서도 제가 호흡해야 하는 사람들이 존경하는 선배들이라 민폐가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외적으로나 내면적으로나 캐릭터가 만들어갔다.
▲ 어떤 모습을 보고 캐스팅됐다고 했나.
2차 미팅 때 한 번도 신지 않았던 구두를 신었다. 원래는 캐주얼하게 간다. 그때 감독님이 '구두가 예쁘다'고 하셨고, 저는 '특별한 날에만 신는 거예요'라고 답했다. 저는 그 답 때문에 캐스팅됐다고 생각했는데, 그 답을 하는 3초 동안 생각하는 모습에서 성아를 보셨다고 하더라.
▲ 물리적으로 보기에도 어려운 장면들이 많았다.
액션의 합은 오히려 편하게 찍었다. 토마토소스 장면도 한 번에 찍었다. 김윤석 선배도, 노윤서 배우도 그렇고 다른 작품에서 액션을 한 게 있어서 두려움은 없었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성아라는 캐릭터가 에너지를 뿜는 장면이 몰려있다 보니 발란스를 어떻게 맞출 수 있을까, 어떻게 더 폭발적으로 할 수 있을지 그 지점을 넘어가는 게 어려웠다. 1회부터 5부까지 대본 리딩을 하고 선택을 받은 거라 그 이후 대본을 보지 못했다. 제가 결정이 된 후 후반부 대본을 보고 어떻게 하면 뿜어낼 수 있을까 고민했고, 감독님은 '작두를 타야한다' 이런 말까지 해서 부담감이 있었다. 후회 없이 했고, 이제는 보시는 분들의 몫인 거 같다.
▲ 김윤석과의 기싸움은 어땠나.
저는 항상 역할로 있었다. 절대적으로 기싸움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일방적인 도발이라 여겼다. 다만 후반부에서 불안감을 느끼는 인물이 있다. 성아는 유일하게 전남편만 무서워한다. 그의 위협을 동물적으로 아는 거다. 영하와도 갈등을 겪으면서 그런 위협을 느끼게 된 거고, 그전까지는 일방적인 도발이라 생각했다.
▲ 현장에서는 어땠을까.
연기할 땐 몰입해서 하지만, '컷' 하는 순간에는 스윗하고 잘 챙겨주셨다. '무섭다'라는 생각이 성아는 들면 안 됐다. 선배님들과 연기하는 게 항상 떨리고 긴장을 하고 가지만 여유롭게 가려고 했다.
▲ 공감이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어떻게 이해하고 연기했을까.
저는 연기하는 입장이다 보니 공감해야 했지만, 살인마에게 공감되게 해선 안 된다 생각했다. 절대적으로 이해가 가면 안 된다고 여겼다. 연쇄살인마 지한철이 '내가 가는 길에 너희가 있었다'고 하는데, 유성아도 마찬가지지 않았을까. 그가 가는 길에 그들이 있었고, 그저 흥미를 느낀 거다. 사실 전사도 있었다. 그런데 살인마가 설득되면 안 되니, 그 부분에 집중했다.
▲ 성아는 왜 살인을 하고, 펜션에 집착할까.
자신에게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일반적인 사람과 흥미를 느끼는 부분이 다른 부분에 있다. 아빠와 통화하는 것만 봐도 그렇고,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정작 자신과 대화해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중에서 유일하게 영하라는 인물은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사람이 된 거다. 살인의 흔적을 LP판에 남겨놓은 것도 나중에 다시 왔을 때 어떤 반응을 할지 지켜보려 남긴 거라 생각했다. 자기 연민이 강한 소시오패스라 생각했다.
▲ 성아를 연기하기 위해 참고한 게 있을까.
이 작품을 준비할 땐 일부러 이런 장르를 안 봤다. 대본 안에서만 파헤쳤다. 체중도 5~6kg 정도 감량했다. 43kg 정도였다. 제 인생 최저 몸무게였다. 척추의 뼈가 잘 보여서 동물적인 모습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에너지가 넘치는 순간에 도드라지고 기괴해 보이길 바랐다.
▲ 그래도 시원시원하게 모든 걸 표출한다는 점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않았나.
그 부분보다는 매번 가난하거나 이런 역할을 하다가 처음으로 작정하고 꾸미고 나왔다. 도전하는 것에 재미를 느꼈다. 제일 부자 역할이었다. 사실 조금 더 편하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그런데 몸을 써야 하는 것도 있고, 몸을 만들어야 해서 보여지는 게 아름답게 보여야 하니까 신경을 많이 썼다. '스위트홈' 시즌2, 3 촬영을 마친 후 바로 들어가야 했다. 그래서 어떻게 스타일을 줘야 할지 고민했고, 옷차림도 많이 신경 썼다.
▲ 노력한 만큼 얻고 싶은 수식어는 없을까.
다음이 궁금한 배우이고 싶다. 촬영하면서 저의 몰랐던 새로운 얼굴이 담겼고, 이게 발판이 돼 다음이 궁금해지는 캐릭터를 만난다면 더할나위 없이 행복할 거 같다. '보기 드문 코리안 비취'라고 해서, 해외 분들의 반응이 궁금했다. 그 단어가 강렬했다.
▲ 이 작품 속 모습이 충격으로 다가온 건 '서진이네2'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제 실제 성격은 '서진이네2'의 모습에 가깝다. 그땐 카메라에 어떻게 보일지 모르고 일만 했다. 저라는 사람이 들킨 거 같아서 부끄러웠던 게 '서진이네2'였다. 그런데도 열심히 하려는 모습이 잘 비친 거 같다. 그게 감사하기도 한다. 또한 배우로서의 모습도 완전히 달라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몸을 던지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으려 하고, 과감하게 하는 작업이 항상 재밌다. 연기할 때만큼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이미지로 보여지고 하는 변화들이 다 좋고, 그런 부분에 있어서는 열려 있다.
▲ 이 캐릭터가 힘들다고 했지만, '서진이네2'에서도 힘든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어떤 게 더 힘들었나.
'서진이네2'가 더 힘들었다. 제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간 거 이상으로 손님이 많았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 하게 되더라. 아무래도 제가 서울에 와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했고, 웨딩플래너로도 일했다. 그게 도움이 된 거 같다. 좋은 분들과 일했지만 '언제까지 이렇게 아르바이트하며 연기 학원에 가야 하나' 했는데, 이게 남아서 도움이 되더라. 역시 뭐든 다 도움이 되는 거 같다.
▲ 요즘은 어떤 캐릭터가 끌릴까.
로맨스나 정통 사극을 해보고 싶다.
▲ '좋아하면 울리는'부터 '스위트홈' 시리즈와 '아무도 없는 숲속에서'까지 출연하며 '넷플릭스의 딸'이라는 말도 있다.
효녀가 되고 싶다. 즐겁게 만나서 즐거운 성과까지 내면 좋으니까, 앞으로도 작품을 하게 된다면 효녀로서 활발하게 일하고 싶다.
▲ 연기 외에 '서진이네' 시리즈에 또 출연할 계획이 있을까.
승진하고 싶다. 대표까진 아니고, 이사진 정도로 승진이 된다면 정말 좋을 거 같다. 승진에 대한 욕심은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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