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휴가 제도의 본질은 휴식일까, 돈일까

입력 2024-08-27 17:14  



'7말 8초' 여름휴가 피크타임은 지나갔지만 달력을 보면서 돌아오는 추석이나 10월의 연휴에 연차를 사용하여 여행이나 휴식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직장인, 자영업자를 불문하고 대다수의 국민이 휴가를 가지만 직장인, 즉 근로기준법이 적용되는 근로자의 휴가는 ‘유급휴가’라는 점에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은 제정 시부터 연차유급휴가 제도를 최저 근로조건의 하나로 정하고 있고, 그 취지는 일정기간 출근한 근로자에게 일정기간 임금의 삭감 없이 유급으로 근로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정신적·육체적 휴양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적 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휴가제도가 반드시 근로자에게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자에게 주어지는 적정한 휴식은 근로자 개인의 노동력 향상과 기업 전체의 노동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도 필요하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연차휴가는 1년 이상 계속근로를 하고 전년도에 80% 이상 출근하여야 취득할 수 있고(제60조 제1항), 계속근로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에는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부여한다(제60조 제2항). 연차휴가는 휴가 부여와 동시에 휴가기간 동안 일을 하지 않더라도 그에 대한 임금은 계속 지급하는 것이 본질이므로, 휴식을 청구할 권리인 연차휴가권과 돈을 청구할 권리인 연차휴가수당청구권으로 구성된다. 판례는 양자의 관계에 대하여, 연차휴가수당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차휴가권을 취득하여야 하지만, 일단 연차휴가권을 취득한 후 그 연차휴가를 사용하기 전에 퇴직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하더라도, 근로자는 남은 연차휴가일수 전부에 상응하는 연차휴가수당을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연차휴가수당청구권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연차휴가권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는 연차휴가수당이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연차휴가수당청구권은 연차휴가권의 발생을 전제로 하므로, 연차휴가수당청구와 관련하여 연차휴가권의 발생시기가 문제된다. 판례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는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그 전년도 1년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고 보아야 하므로, 그 전에 퇴직 등으로 근로관계가 종료한 경우에는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에 대한 보상으로서의 연차휴가수당도 청구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18. 6. 28. 선고 2016다48297 판결). 만약 근로자가 2024년 12월 31일 정년퇴직을 한다면 2024년에 제공한 근로의 대가로서의 연차휴가권은 2025년 1월 1일 발생하는데, 근로관계는 202년 12월 31일 이미 종료하였으므로, 해당 근로자에게 퇴직한 당해 연도의 연차휴가권은 발생하지 않고, 그에 따라 연차휴가수당청구권도 발생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1년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연차휴가일수가 문제되었다. 기존에 고용노동부는 이러한 경우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15일), 제2항(11일)이 함께 적용된다고 보아 총 26일의 연차휴가가 부여된다고 하였다. 그러나 판례는 위와 같은 법리에 더하여 연차휴가 제도의 목적, 최대 25일의 휴가를 부여받을 수 있는 장기근속 근로자와의 형평 등을 고려하여 1년의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에게 부여되는 연차휴가일수는 11일이라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1. 10. 14. 선고 2021다227100 판결). 정년퇴직이나 계약기간 만료에 따라 당연 퇴직이 예정되어 있음에도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였다는 이유로, 실제 사용할 수도 없는 연차휴가가 새롭게 발생한다고 보아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도록 하는 것은 연차휴가의 본질에 부합하지 않는다. 일련의 대법원 판결은 근로자의 휴식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연차휴가의 본래의 목적에 충실한 해석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1년을 초과하되 2년 이하의 기간 동안 근로를 제공한 근로자의 연차휴가일수는 어떨까. 이에 대해 판례는, 최초 1년 동안의 근로제공에 관하여 근로기준법 제60조 제2항에 따른 11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하고, 최초 1년의 근로를 마친 다음 날에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 따른 15일의 연차휴가까지 발생함으로써 최대 연차휴가일수는 총 26일이 된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2. 9. 7. 2022다245429 판결). 확립된 판례에 따르면, 근무 1년차에 대한 대가로서의 연차휴가가 2년차 근로일 첫날에 이미 발생하였다면, 근무 2년차가 총 1년에 미달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2년차에 사용 가능한, 즉 1년차 근로의 보상으로 이미 발생한 연차휴가가 부여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 위 판례는 이러한 견지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1년 근로계약기간을 정한 경우 연차휴가일수가 11일인데, 1년을 근속하고 하루만 더 일하고 퇴직하는 경우에는 연차휴가일수가 26일이 되므로, 이러한 연차휴가일수 산정이 불합리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 수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현 연차휴가 제도를 근속기간에 비례하여 정산하는 방법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어떠한 법적 근거가 없는 이상 실질적으로 연차휴가 사용이 가능한 일수만큼의 연차휴가수당청구권이 비례적으로 발생한다고 해석하기는 어렵다고 보인다.

연차 유급휴가는 근로자들의 일·생활 양립은 물론 휴식을 보장하면서 실근로시간 단축에 기여할 수 있는 제도이고, 그 본질은 ‘돈’이 아닌 ‘휴식’이다. 우리나라의 연차휴가 제도는 조금씩 내용이 변경되어 왔으나, 아직까지 연차유급휴가 사용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고, 휴식권의 보장이 아닌 금전보상의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향이 있었다. 연차휴가 제도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적으로 보장된 연차휴가를 사용할 수 있는 여건도 중요하지만, 연차휴가의 본질은 휴식 보장이지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는 노사의 인식도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연차휴가 제도의 합리적인 운영과 근로자의 휴식을 보장하기 위한 연차휴가의 활성화 방안을 기대해 본다.

박은정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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