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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1000달러의 기본소득을 받은 그룹은 월평균 지출이 310달러 늘었다. 식료품, 집세, 교통비 지출이 특히 많이 증가했다. 공돈이 생겼으니 소비가 늘어난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재산은 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외 소득이 생겼으면 재산이 늘었을 법도 한데 그렇지 않았다. 저축이 좀 늘긴 했지만, 부채가 더 크게 증가해 순자산은 오히려 감소했다. 늘어난 부채가 주택 매입 등 자산 형성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자동차 할부 대출 비중이 컸다.
주당 근로 시간은 1.3시간 줄었다. 이 때문에 기본소득 그룹의 연간 근로소득은 대조군보다 1500달러 낮았다. 기본소득을 줬더니 많이 쓰고, 저축은 안 하고, 빚을 늘리고, 일은 덜 한 것이다. 연구진은 “현금 지원이 젊은 저소득 가구의 재무 상태를 지속적으로 개선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20대 실험 참가자 중에선 일을 그만두고 대학에 다니는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30대 이상에선 자기 계발에 투자하는 경향은 나타나지 않았다. 창업 의사가 높아졌지만, 실제 창업으로 이어진 사례는 별로 없었다. 기본소득을 받으면 사람들이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추구하고, 창의적인 일을 할 것이라는 기본소득 지지자들의 주장과는 맞지 않는 결과다. 연구진은 “인적 자본 투자에 유의미한 효과는 없었다”고 결론 내렸다.
기본소득은 소득 분배도 악화시킨다.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2021년 김선빈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한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과 쓴 ‘기본소득 도입의 경제적 효과 분석’ 논문에 따르면 만 25세 이상 국민에게 1인당 월 30만원을 지급할 경우 지니계수가 0.413에서 0.514로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니계수는 0과 1 사이 값으로 나타나는데 1에 가까울수록 불평등이 심하다는 뜻이다.
증세도 불가피하다. 앞의 논문에서는 현재 7% 정도인 근로소득세 실효세율을 24.4%로 높여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본소득은 ‘양극화와 불평등 극복’(민주당 강령), ‘안정적이고 자유로운 삶’(국민의힘 강령)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유승호 경제교육연구소 기자 us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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