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폭증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이달 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이 3년여 만에 처음으로 10조원을 웃돌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다음달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에 앞서 ‘막차’ 수요가 몰리고 있어서다. 정부의 금리 개입으로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가 은행권보다 낮아지는 초유의 현상이 나타나자 금융당국은 보험사 주담대도 관리에 들어가기로 했다.
▶본지 8월 24일자 A1, 5면 참조
이달 금융권 가계대출이 10조원 이상 늘어나면 2021년 7월(15조2000억원) 후 최대치다. 당시엔 주담대가 7조5000억원 늘었고, 신용대출도 4조원 급증했다. 집값 상승에 카카오뱅크 등 대어급 공모주 청약까지 겹쳐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가 절정이던 시기다.
최근 가계부채 상황도 2021년처럼 영끌이 재연되고 있는 분위기다. 금융권 월별 가계대출은 7월(5조3000억원)까지 넉 달 연속 4조~5조원씩 불어났다. 가계부채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주담대는 지난달 5조4000억원 늘어났다. 대출 여력이 큰 주요 시중은행의 주담대는 역대 최대 규모로 급증했다.
이달 가계부채 급증은 다음달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적용 전에 대출을 더 많이 받으려는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스트레스 DSR은 차주의 대출 한도를 정하는 기준인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한도를 줄이는 제도다. 9월부터 수도권은 1.2%포인트, 비수도권은 0.75%포인트의 가산금리가 적용된다.
최저금리 기준 주요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는 연 3.1%, 5대 은행은 연 3.6%대다. 보험사 대출은 DSR이 50%로 은행(40%)보다 높아 대출 한도도 많다. 이런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 퍼지면서 보험사 주담대 쏠림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사 주담대는 가계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전체 추세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장에서 과도한 권유 등 비정상적 영업 행태가 나타나지 않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사 주담대 잔액은 6월 말 기준 51조2000억원으로 3월 말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6월 말 전체 주담대 잔액은 802조원으로 집계됐다.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주문에 부응해 은행권이 두 달간 20여 차례 대출 금리를 올리는 동안 잠자코 있다가 실수요자가 피해를 본다는 지적이 확산하자 돌연 은행 탓을 하고 나섰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금융 정책 전반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오락가락하면서 시장 혼선을 부추긴 측면이 크다”며 “문제가 되자 금융당국이 은행에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라고 꼬집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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