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이하 준감위)가 삼성 계열사의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비 납부를 사실상 승인했다.
준감위는 26일 정기회의를 열고 5시간에 걸친 논의 끝에 "회원으로서 의무인 삼성 관계사의 회의 납부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며 "관계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삼성 준감위는 지난해 8월 한경협 가입과 관련해 회비를 납부할 경우 준감위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권고했다. 한경협에 합류한 삼성 계열사는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4곳이다. 준감위는 지난달 회의에서도 회비 납부 안건을 논의했지만, 위원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져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준감위가 사실상 승인 결정을 내리면서 삼성 계열사들도 이사회 보고 등을 거쳐 한경협 회비 납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경협은 지난 3월 말~4월 초 삼성·SK·현대차·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420여개 회원사에 회비 납부 공문을 발송했다. 한경협이 요청한 4대 그룹의 연회비는 각 35억원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초 4대 그룹 중 가장 처음으로 회비를 납부했다. SK그룹도 지난주 연회비 납부를 마무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삼성이 한경협 회비를 납부하면 한경협은 전신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위상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4대 그룹은 과거 국정농단 사태로 전경련을 탈퇴했다. 이들 4대 그룹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지난해 전경련에서 탈바꿈한 한경협에 흡수 통합되면서 4대 그룹도 한경협 회원사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회비 납부 등이 이뤄지지 않았기에 '형식적 참여'로만 받아들여졌다.
현대차그룹과 SK에 이어 삼성까지 회비를 납부하면 이들 4대 그룹의 실질적 참여가 이어질 전망이다. LG그룹도 회비 납부를 놓고 내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경협이 전신인 전경련과 같은 위상을 회복하려면 쇄신이 필요하다는 요구도 나온다. 삼성 준감위는 이날 "현재 한경협의 정경유착 고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다"며 "한경협이 이러한 우려를 제거하기 위한 절차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경협에 납부한 회비가 정경유착 등 본래의 목적을 벗어나 사용되지 않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즉시 탈퇴할 것 등을 관계사에 다시 한번 권고했다"고 강조했다. 이찬희 준감위원장도 "정경유착의 고리는 정치권력의 전리품이 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한경협은 "한경협 출범 이후 정책 싱크탱크 기능 강화는 물론 윤리위원회 신설 등 준법 경영을 위해서도 적극 노력하고 있다"며 "국민에게 신뢰받는 경제단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더욱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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