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원전기업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의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에 딴지를 걸고 나섰다. 웨스팅하우스는 체코전력공사(CEZ)가 한국수력원자력을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체코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냈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원전 입찰에 참가하는 사업자는 CEZ와 현지 공급업체에 제공하려는 원전 기술을 체코 측에 이전하고 2차 라이선스(특허 허가권)를 제공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수원의 APR1000과 APR1400 원자로 설계는 웨스팅하우스가 특허권을 보유한 2세대 시스템80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수원이 APR1000과 APR1400 원자로의 원천 기술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웨스팅하우스의 허락 없이 그 기술을 제3자가 사용하게 할 권리를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웨스팅하우스는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자사의 AP1000 원자로를 갖고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와 경쟁했지만 탈락했고, 체코 정부는 지난달 17일 한수원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AP1000 원자로 대신 APR1000 원자로를 도입하면 미국 기술을 불법으로 사용할 뿐만 아니라 체코와 미국에서 창출할 수 있는 수천개의 청정에너지 일자리를 한국에 수출하게 된다"며 "그 일자리에는 웨스팅하우스의 본사가 있는 펜실베이니아주의 일자리 1만5000개가 포함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웨스팅하우스는 진행 중인 국제 중재와 미국 내 소송을 통해 계속해서 자사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고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웨스팅하우스는 중재 결정이 2025년 하반기 전에는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이 체코 등에 수출하려는 원전 기술이 자사 기술이라 미국 수출통제 규정을 적용받는다고 주장하며 2022년 10월 미국에서 한수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동시에 한국에서는 대한상사중재원의 국제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이다. 웨스팅하우스가 체코 정부에 문제를 제기한 데에는 한수원을 최대한 압박해 분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웨스팅하우스가 한수원이 체코에 원전을 수출하도록 두면 펜실베이니아의 일자리를 뺏긴다고 주장한 점도 주목된다. 펜실베이니아는 이번 미국 대선 승패를 좌우할 경합주로 꼽히기 때문에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이곳의 일자리 문제에 예민하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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