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이상기온과 대기오염이 급증하면서 인간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보험연구원이 낸 KIRI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지구 온도는 1850~1900년보다 1.1°C 높아졌다. 이로 인해 폭염과 가뭄 등 극한 기상현상이 발생해 자연과 인프라를 파괴할 뿐 아니라 사망과 질병을 초래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기후변화는 인간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재해로부터 복구할 수 있는 자원과 인프라가 부족한 취약한 지역사회나 의료 서비스 접근성이 낮은 취약계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후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는 사망과 영양실조, 심혈관 질환, 오염된 물이나 음식으로 인한 전염병 노출 등이 있다. 기후 관련 재해로 인한 트라우마,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건강 문제도 초래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분석에 따르면, 기후변화는 극한 기상현상을 유발해 205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1450만 명의 사망자와 12조5000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 등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홍수와 가뭄은 기후 관련 사망자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폭염의 경우 경제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분석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말라리아와 뎅기열 같은 질병은 기후변화에 민감해 증가 혹은 확산될 것으로 예측된다. KIRI 리포트에 따르면, 생명보험업은 장기적으로 극한 기상현상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현상이 사망과 질병의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후변화, 생명보험업 손익에 타격
제네바협회는 기후변화가 보험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현재까지는 주로 손해보험업에 집중됐지만 장기적으로 생명보험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극한 기상현상으로 인한 재해 건수는 1970년대 711건에서 2010년대 3165건으로 4배 이상 증가했고, 피해 규모는 1970년대 1754억 달러에서 1조3810억 달러로 8배 정도 증가했다.
손해보험업은 극한 기상현상이 발생했을 때 풍수해와 농작물 재해 관련 보험상품을 통해 직접적인 물적 피해가 불가피하다. 세계 기후변화와 관련한 극한 기상현상과 자연재해로 발생한 보험 손실액은 1970년 30억 달러에서 2021년 1010억 달러로 3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생명보험업은 상대적으로 물적 피해 위험과 관련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기상현상이 직접적 사망자 발생을 유발할 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을 초래함으로써 생명보험업 손익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생명보험업은 건강과 관련한 보장상품과 고령층 및 기저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종신보험, 건강보험 등 손익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소양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생명보험회사는 기후 관련 건강 위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구축, 혁신적 상품 개발, 공사 협력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보험사, 신시장 개척 위해 기후 관련 보험상품 선봬
이 같은 기후변화로 글로벌 보험회사들은 기후 관련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상품과 서비스 출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 재팬손보와 스미토모생명회사는 폭염으로 인한 질환의 입원과 기타 의료비를 보장하는 상품을 각각 출시했다. 호주에서는 일부 건강보험회사가 재해 등이 발생할 경우 보험료를 면제해주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포르투갈 최대 보험사 피델리다데는 정신질환에 대해 검진과 상담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멀티케어보험과 정신 상담 기능을 제공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출시했다.
향후 기후변화에 따른 보험회사의 서비스 및 상품 개발도 적극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특히 지역자치단체, 연구 기관과 협약해 데이터 및 IT 기술 기반으로 취약계층을 위한 건강증진 서비스를 개발·제공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기후 위기 대응이나 상생 금융 실천 방안의 일환으로 소액 보험상품을 제공할 필요가 있으며, 저렴한 보험료로 보장을 제공하는 지수보험 형태의 상품 개발도 고려할 수 있다. 이 외에 생명보험사가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위험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혁신적 보험상품을 개발하는 등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위험 예방을 위해 공사 협력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연구원은 “생명보험사는 미래의 위험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청취해야 하며,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결과를 평가해 기후 관련 사건 패턴과 인간의 사망률, 질병률 관련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 관련 사건 패턴을 인간의 사망률 및 질병률과 대조하는 데이터베이스가 부족하면 생명보험회사가 기후 관련 건강 위험을 측정하는 능력이 저하돼 보험상품 개발 능력이 취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후 관련 건강 위험 예방 전략과 실행 방안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강과 의료 분야에 대한 투자를 통해 기후 관련 위험을 줄이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미경 기자 esit91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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