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서점 체인 반스앤드노블의 레오나드 리지오 전 이사회 의장이 27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별세했다.
리지오 전 의장은 1971년 뉴욕 맨해튼에 있는 반스앤드노블 매장 한 곳을 인수한 뒤 미국 1위 서점 체인으로 키운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1941년 뉴욕 브롱크스의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 이후 뉴욕 대학교(NYU)에 다니며 서점에서 일하기 시작했고, 1965년 학생 도서 교환소의 약자인 SBX라는 첫 번째 서점을 열었다. 1971년 뉴욕에 있는 반스앤드노블 서점을 인수한 뒤엔 서점의 개념을 탈바꿈하는 것으로 사업을 번창시켰다.
반스앤드노블은 커피와 편안한 의자, 테이블을 갖춰 지역사회의 허브 역할을 하는 곳으로 매장 콘셉트를 잡았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책을 읽어주는 ‘스토리 아워’ 행사도 인기를 끌었다. 1990년대 말에는 미국에서 팔린 책 8권 중 1권은 반스앤드노블에서 팔렸을 정도로 영향력이 커졌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빠르게 확장해 시장을 지배하면서 한때 지역 소규모 독립 서점을 문 닫게 하는 ‘골리앗’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반스앤드노블은 한 때 서점가의 혁신으로 불렸지만 세월이 지난 뒤 또 다른 혁신 기업인 ‘아마존’의 도전에 직면했다. 하지만 대응이 늦었다. 반스앤드노블은 아마존이 온라인으로 첫 책을 판매한 지 약 2년이 지나서야 온라인 판매사이트를 출범시켰다. 2009년엔 아마존 킨들에 대항해 ‘누크’를 출시하며 처음 전자책 사업에 뛰어들면서 주목받기도 했다. 하지만 노크는 프리미엄 시장을 노린 애플과 저가 태블릿PC를 내세운 아마존에 밀렸다. 반스앤드노블은 온라인 및 전자책 전략도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재무 부담이 커졌고 결국 2019년 엘리엇 어드바이저스에 매각됐다.
리지오 전 의장은 그 와중에도 자선사업가로서 꾸준히 활동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뉴올리언스를 강타했을 당시 101채의 집을 지어 기부하는 비영리 단체인 ‘프로젝트 홈 어게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뉴욕주 비컨 시에 위치한 현대미술관 ‘디아 비컨’도 리지오 전 의장이 설립을 주도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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