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투자자, 애널리스트, 신용평가사 담당자 등을 대상으로 '2024 최고경영자(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새로운 중장기 전략 '현대 웨이'를 발표했다.
현대차는 올해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총 120조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발표했던 10년간(2023~2032년) 투자액 109조4000억원 대비 10.1% 증가한 금액이다. 구체적으로는 10년간 △연구개발(R&D) 54조5000억원 △설비투자(CAPEX) 51조6000억원 △전략투자 14조4000억원 등에 투자한다.
특히 전기차는 2030년까지 200만대를 판매,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약 36%를 채울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주요 시장인 북미에서 69만대, 유럽에서 46만7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현대차는 전동화 전환 속도가 둔화하는 시장에 기민하게 대응하기 위해 우선 자체 개발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선해 늘어나는 하이브리드 수요에 적극 대응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를 대폭 확대해 2028년까지 지난해 글로벌 판매 계획 대비 40% 증가한 133만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준중형·중형을 중심으로 적용됐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소형·대형·럭셔리까지 적용해 기존 7개 차종에서 14개 차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특히 제네시스는 전기차 전용 모델을 제외하고 전 차종에 하이브리드 옵션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 성능과 연비가 대폭 개선된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내년 1월부터 양산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기존과 동등한 수준의 원가를 유지하면서도 성능은 향상돼 출력이나 연비 면에서 경쟁사 시스템 대비 우위를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향후 양산될 하이브리드 차량은 스마트 회생제동, 차량 외부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V2L 기능 등이 적용돼 상품성이 강화될 예정이다.
현대차는 이를 위해 글로벌 주요 거점의 공장에 하이브리드 차종 투입해 혼류생산 체제 도입과 부품 공급망 확보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4분기 가동을 앞둔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서는 아이오닉5,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아이오닉9 등 전기차 이외에도 하이브리드 차량을 생산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EREV도 선보인다. EREV는 내연기관과 전기차의 장점을 각각 적용한 차량으로 전기차와 같이 전력으로 구동하지만, 엔진이 전기를 생산해 배터리 충전을 지원한다. 현대차는 독자적인 신규 파워시스템을 개발해 2개의 모터로도 사륜구동이 가능하도록 구현했다.
현대차는 기존 엔진을 최대한 활용하고, 원가 비중이 높은 배터리 용량은 약 30% 축소함으로써 동급 전기차 대비 EREV의 원가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 EREV는 완충 시 900㎞ 이상 주행이 가능하게 하는 등 전동화 전환의 중간 다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EREV는 2026년 말 북미와 중국에서 양산을 시작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판매에 돌입한다. 현대차는 북미 시장에는 EREV 중에서도 현대와 제네시스 브랜드의 중형 SUV 차종을 우선 투입하기로 했으며 연간 8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다.
경제형 C급(준중형) 플랫폼을 활용한 EREV는 중국에서 연간 3만대 이상 판매할 계획이다. 그 밖의 지역에 대해서는 향후 시장 상황에 맞춰 EREV 판매를 검토할 예정이다.
이처럼 현대차는 하이브리드와 EREV로 시장에 대응하며 수익성을 확보하고 전동화 수요 회복이 예상되는 2030년까지 점진적으로 전기차 모델을 확대할 계획이다. 경제형부터 럭셔리, 고성능까지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하고 전기차 모델을 21개까지 확대한다.
장재훈 사장은 "전동화 시대의 현대차는 대중 브랜드뿐 아니라 럭셔리 및 고성능 모델까지 모든 전기차 라인업을 가장 빠르게 선보인 독보적인 기업"이라며 "과거부터 축적해온 최고 수준의 기술과 혁신을 위한 도전, 이러한 강점을 기반으로 현대차는 계속해 앞으로 다가올 전동화 시대를 대비하고, 전기차 시장을 리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배터리 안전 관련 기술의 고도화도 꾸준히 추진한다. 현재도 적용된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의 배터리 이상 사전 진단 기술을 더욱 강화하고, 배터리 시스템의 안전 구조 확보에힘을 쏟는다. 특히 외부 충격 등으로 배터리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배터리 셀 간 열 전이를 방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적용할 예정이다.
현대차는 배터리 개발 역량 내재화를 통해 배터리와 차체가 통합된 CTV(Cell to Vehicle) 구조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부품을 줄이고 배터리 집적도를 개선함으로써 이전 CTP(Cell to Pack) 대비 배터리 시스템의 중량은 10% 감소하고 재료비는 절감되며, 냉각 기술 고도화를 통해 열전달 성능은 최대 45% 개선될 전망이다. 또 올해 12월 현대차 의왕연구소 내 완공 예정인 차세대 배터리 연구동에서 전고체 배터리를 비롯해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인포테인먼트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를 기반으로 여러 비율 중앙 디스플레이를 개발하고 있으며, 이를 2026년 상반기부터 양산 차량에 순차 적용한다.
2026년 하반기에는 차량용 고성능 컴퓨터 기반의 전기·전자 아키텍처(컴퓨터 시스템)를 적용한 SDV '페이스 카'를 공개하고 보다 빠르고 안정적인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기능을 구현해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와 비즈니스를 실증할 방침이다.
또한 수소 에너지 기술과 사업 역량 강화에도 힘을 쏟는다. 글로비스 아메리카와 협력해 조지아주 전기차 신공장에 친환경 물류체계인 HTWO 로지스틱스 솔루션을 올해 말까지 도입하고 HMGMA를 중심으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나아가 현대차는 트램, 선박, 경비행기, 발전기, 중장비 등 다양한 분야로 연료전지 시스템 라인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총주주환원율(TSR) 개념을 새롭게 도입하고 2025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배당,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을 합해 TSR 35%를 목표치를 제시했다. 이는 기존 대비 최소 10%포인트(p) 확대한 수준이라는 게 현대차 측 설명이다.
장 사장은 "일회성 주주환원이 아닌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과 TSR 35% 목표에 기반한 지속적인 주주환원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분기 배당액은 주당 2000원에서 2500원으로 늘리고 연간 배당액을 최소 1만 원으로 제시했다. 또 3년간 총 4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소각 시 우선주 디스카운트를 고려해 매입·소각을 추진할 것"이라며 "탄력적인 자사주 매입 소각 정책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지속적인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중장기 영업이익률 10%를 달성할 계획이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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