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수 적은 아이와 '키다리 아저씨'의 10년 동행…트로피들이 뒤따르다

입력 2024-08-28 18:15   수정 2024-08-29 00:51


말수가 적은 아이 선율은 피아노로 자신을 드러냈다. 피아노 앞에서 선율은 무한한 표현력으로 사람들을 매료했다. 2013년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예원학교에 진학한 그에게 현대차 정몽구재단이 ‘키다리 아저씨’로 나타났다. 10여 년간 조용했던 그들의 동행에 최근 갑자기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다. 선율은 지난해 윤이상 국제음악 콩쿠르 3위, 비제우 국제 피아노 콩쿠르 2위로 세계의 눈길을 사로잡더니 올해는 마리아 카날스 국제 콩쿠르에서 입상했고, 지난 7월에는 미국 3대 피아노 경연대회 가운데 하나인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선율은 금의환향했다. 지난 21일에는 고향 전북 전주를 찾아 연주도 했다. 온드림 스테이지 행사로 정몽구재단이 여는 무료 공연이다. 전주 소리문화의전당에서 선보인 작품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15번. 올해 초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콩쿠르를 준비하기 위해 모차르트를 집중적으로 탐구했는데 그때 모차르트의 매력에 푹 빠졌다. 그는 “생소하고 도전적이지만 즐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한 곡”이라며 “연주할 기회가 생겨 기뻤다”고 말했다.

정몽구재단의 온드림 프로그램은 그에게 익숙하다. 어린 시절 온드림 앙상블에 참여하기도 했다. 선율처럼 전도유망한 음악가가 여러 아티스트와 협업해 보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한국에 돌아와 온드림 협연에 출연하게 돼 더 특별한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키다리 아저씨의 도움으로 프랑스로 건너갔다. 재단은 문화예술 인재들에게 학비 전액을 부담해주고 해외 진출 장학금이나 국제 콩쿠르 장학금 등을 별도로 준다. 2011년부터 도움의 손길을 받은 청소년 예술가는 2700여 명. 금액으로는 113억원에 이른다. 선율은 지난해 파리 스콜라 칸토룸을 졸업하고 지금은 파리 에꼴노르말음악원에 재학 중이다.

그는 에밀 길렐스와 자신이 사사한 올리비에 가르동을 가장 존경하는 피아니스트로 꼽았다. 선율은 “그들의 음악을 듣자면 마치 내가 그 음악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며 “그분들은 다양한 캐릭터와 감정을 음악 속에서 묘사하고 나타내는 능력이 느껴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선율은 다음달 6일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리는 ‘온드림 아티스트’ 공연을 앞뒀다. 드뷔시의 프렐류드, 프로코피예프의 피아노 소나타 8번 B플랫 장조 Op.84를 들려준다. 선율은 지나 바카우어 콩쿠르 우승으로 주어진 특전으로 미국 내 독주회와 협연을 연말까지 이어간다. 선율은 “제 음악을 듣는 이들이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서로 공유하는 날이 온다면 좋겠다”고 했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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