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만난 인력관리업체 대표 A씨는 정부가 시범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필리핀 가사도우미에 대해 “정부가 시범사업에서 손을 떼면 이용료가 되레 오를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제도는 상대적으로 인건비가 낮은 필리핀과 같은 국가에서 아이 돌봄 도우미를 데려와 과도한 육아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로 서울시와 고용노동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게 내국인과 같은 시간당 최저임금(올해 9860원)을 적용하면서 비용 부담이 과도하다는 논란이 일었다. 다음달 3일부터 현장에 투입될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하루 8시간 기준으로 월 238만원을 받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홍콩은 외국인 가사관리사 비용이 월 최소 83만원, 싱가포르는 48만~71만원인데, 한국은 최저임금이 적용돼 월 238만원을 부담해야 한다”며 정부 측에 ‘최저임금 차등 적용’ ‘외국인 유학생 활용’ 등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현장의 전문가들도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제도 개선보다 더 시급한 것은 인력 공급 확대라고 강조한다. 외국인 돌봄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이번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서 확인됐다. 고가 서비스 논란에도 신청 경쟁률이 약 5 대 1에 달했다. 배정된 가구 중 37.6%가 소위 ‘강남’ 지역(서초·강남·송파·강동)이다. 업계는 이번 시범사업이 종료되면 외국인 가사도우미 이용료가 오를 수 있다고 본다. 정부가 고가 이용료 논란을 의식해 이번 시범사업에선 이용료를 최대한 낮췄기 때문이다.
정부도 인력 공급 확대를 위해 내년 상반기 외국인 가사관리사 1200명을 추가로 들여올 계획이다. 이번 필리핀 도우미 인원(100명)의 12배 규모다. 하지만 국내 가사도우미 수요엔 턱없이 모자란다. 지난해 국내 가사관리사 수는 총 10만5000명으로 10년 전인 2014년(22만6000명)보다 53.6% 급감했다. 젊은 층이 노동 강도 등을 이유로 직업을 기피하는 가운데 기존 가사관리사들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가사관리사 출신 국가를 다변화하고 외국인이 민간 플랫폼 등을 통해 ‘가사사용인’으로 구직에 나설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기근속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장기적으로 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법이다. 인력 공급이 크게 부족한 현재 상황에선 최저임금 차등 적용 등 제도를 일부 손질하더라도 돌봄 서비스 이용료를 낮추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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