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경험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한 제품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10명 중 2.4명은 ESG를 고려해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었다. 투자 경험이 있는 소비자 10명 중 3명, 투자 경험이 없는 소비자는 10명 중 1명이 ESG를 고려해 제품을 샀다.
〈한경ESG〉가 일반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8월 12일부터 20일까지 설문조사를 한 결과다. 올해 실시한 ‘대한민국 소비자가 뽑은 2024 ESG 브랜드’ 조사에서는 구매 경험과 관련한 설문 항목을 대폭 보강했다. ESG를 고려한 제품 구매 및 불매 경험 여부, 추가 지출 의향, 인지하고 있는 ESG 제품 브랜드 등 4개 문항을 신설했다.
설문에서는 소비자의 79%가 ESG를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ESG를 고려해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있는 소비자는 24%다. 투자 경험은 ESG를 고려한 제품 구매에 영향을 줬다. 투자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30.5%는 ESG를 고려해 제품을 샀으나 투자 경험이 없는 경우 구매 경험률은 9.9%로 하락했다. 연령별로는 60대 이상(26%), 30대(25%), 50대(23%), 20대(21%) 순으로 ESG 제품을 구매한 경험이 많았다.
또 소비자의 78.3%가 1회 이상 ESG를 고려해 제품을 구매했다고 응답했다. ESG 제품을 살 때 추가(프리미엄)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7.2%였다. 제품 가격의 10% 미만을 추가 지출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50.2%, 20% 미만은 21.5%, 30% 미만은 3.9%, 30% 이상은 1.7%다. 투자 경험이 있는 경우 추가 지출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2.8%로, 없는 경우(65.3%)보다 높았다.
ESG 활동에 부정적 기업의 제품을 불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26.1%다. 남성(23.1%)보다 여성(29.9%)이 불매 경험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30대(33.3%), 40대(30.7%), 20대(29.1%), 50대(17.3%), 60대 이상(18.5%) 순으로 불매 경험이 많았다. 투자 경험은 불매에도 영향을 미쳤다. 투자 경험이 있는 소비자의 불매 경험 비율은 26.7%, 없을 경우 비율은 22.7%다.
소비자 3000명에게 인지하는 ESG 제품 브랜드가 있느냐고 물었을 때 언급량이 가장 많은 10대 브랜드는 갤럭시, 매일우유, 삼다수, 아이오닉, 아이폰, 오뚜기, 유한킴벌리, 파타고니아, 풀무원, CJ제일제당(가나다순)이다. 친환경 브랜드가 있거나 사회공헌에 강점이 있는 회사의 브랜드가 대거 명단에 올랐다.
올해 조사에서는 응답자별로 최대 5개까지 ESG 브랜드를 적어 내도록 했다. 브랜드에 기업명이 포함된 경우 합산해 계산했다. 예를 들어 빙그레 더단백,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등은 빙그레 브랜드로 합쳤다.
소비자가 선택한 10대 ESG 제품 브랜드
삼성전자 스마트폰 브랜드 ‘갤럭시’는 친환경 기술을 앞세워 올해 10대 ESG 브랜드 명단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2023년 플래그십 모델 총 12종에 재활용 소재 부품을 적용했다. 폐어망, 재활용 병, 공정 중 나온 알루미늄과 유리 등을 활용하고 있다. 2024년 출시한 갤럭시 S24 시리즈는 포장 박스를 100% 재활용 종이로 사용하는 등 브랜드의 친환경성을 개선하고 있다.
매일유업이 출시한 매일우유는 회사의 진정성 있는 사회공헌 활동에 힘입어 ESG 브랜드로 두각을 드러냈다. 매일유업은 1999년부터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를 위한 특수 유아식을 개발해 공급하고 있다. 이 외에도 제품 용기를 경량화하고 빨대를 제거하며 플라스틱 대체 소재를 개발하는 등 유제품 라인업의 친환경성을 높이고 있다.
삼다수도 국내 생수 시장에서 오랫동안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며 소비자에게 신뢰받는 ESG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특히 2021년 3월에 출시한 라벨 없는 제주삼다수 그린이 인기다. 이에 삼다수를 제조하는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는 2026년까지 생수 제품을 모두 무라벨 제품으로 대체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사용량을 50% 줄이기로 했다.
현대자동차 친환경차 브랜드 아이오닉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현대자동차는 2020년 전용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을 론칭했으며, 2021년 아이오닉 5에 이어 2022년 아이오닉 6를 출시했다. 회사는 휠가드, 언더커버, 배터리 트레이 등 부품에 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를 적용하고 있으며, 주력 전기차인 아이오닉 6 생산과정에서도 친환경 자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이폰 역시 소비자가 인지하는 ESG 브랜드다. 애플은 아이폰만을 위한 개별 환경 보고서를 발간하는 등 제품의 친환경성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데 주력해왔다. 예를 들어 2023년 발간한 아이폰 15 환경 보고서는 제품 단위 탄소중립 계획과 전략을 담고 있다. 전과정평가(LCA)를 통해 제품의 단계별 환경 영향도 상세히 밝히고 있다.
브랜드를 회사명으로 쓰는 오뚜기도 명단에 포함됐다.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이 부친에게 주식을 상속받을 당시 상속세 1500억 원을 성실 납부하고 25년간 어린이 심장병 수술비를 후원한 사실이 알려진 후 사회공헌 우수 기업으로 떠올랐다. 최근 ESG 경영과 관련해서도 ‘리워크 오뚜기’ 전략을 마련하고 식품 브랜드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향상하고 있다.
유한킴벌리 역시 위생용품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개선하면서 ESG 브랜드에 포함됐다. 유한킴벌리는 최근 40주년을 맞이한 ‘우리강산 푸르게 푸르게’ 사회공헌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라네이처 생리대, 크리넥스 에코패키지 화장지 등 ESG 브랜드와 관련해서도 지속가능한 원료 사용, 포장재 저감, 대체 플라스틱 사용이라는 3대 실천 목표를 중심으로 친환경성을 개선하고 있다.
해외 브랜드 중에서는 아이폰과 함께 의류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10대 ESG 브랜드에 포함됐다. 파타고니아는 2025년까지 제품 공정과 운영 시설을 비롯한 공급망 전반의 탈탄소화를 추진하는 도전적 목표를 수립한 기업이다. 타 브랜드와 달리 의류의 장기 사용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워 ESG 경영 리더로 불린다. 2022년 창업자 이본 쉬나드가 환경보호를 위해 비영리 조직에 회사 소유권을 양도하기도 했다.
바른 먹거리로 사람과 지구의 건강한 내일을 만들어가는 풀무원 역시 명단에 올랐다. 풀무원은 지속가능한 식품을 내세우며 식물성 지향, 동물복지 라인업을 강화해왔다. 대표 브랜드로는 ‘지구식단’이 있다. 이 외에도 풀무원은 바른 먹거리 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CJ제일제당 역시 주력 제품인 햇반의 용기를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대체하는 등 브랜드 전반의 친환경성을 개선하며 10대 ESG 브랜드에 올랐다. 16년째 희귀병인 페닐케톤뇨증을 앓고 있는 아이들에게 ‘햇반 저단백밥’과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기도 하다. 중소기업, 지역 농가에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브랜드 ‘즐거운 동행’도 있다.
이승균 한경ESG 기자 cs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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