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마의‘GOAT’김영관 조교사, 1500승 전설에 오르다

입력 2024-08-29 17:23   수정 2024-08-29 17:24



한국 경마 조교사 역대 최다 ‘1500승’ 신기록이 나왔다.

그 주인공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데뷔 21년차 조교사로 ‘현대판 백락(명마를 잘 알아보고 천리마로 키워내던 중국 주나라의 인물)’이라 불리는 김영관(64세)이다. 김 조교사는 23일 ‘원더드래곤’의 우승으로 더러브렛(경주마 품종) 조교사 “최초의” “최다승”이라는 기념비적인 이정표를 남기게 됐다.

지난 23일 김영관 조교사가 관리하는 ‘원더드래곤’은 한국마사회 부경 제6경주에 출전해 선두권에 자리 잡고 2위로 경주를 전개했다. ‘원더드래곤’은 4코너를 돌아 직선주로에 진입하며 줄곧 앞서던 ‘오텀브리즈’를 제치고 단숨에 선두를 차지했다. 끝까지 밀리지 않고 걸음을 유지한 ‘원더드래곤’은 2위와는 1과 1/2 마신 차로 결승선에 골인해 김 조교사에게 값진 1500승을 선물했다.

현장에서 ‘원더드래곤’의 경주를 보고 있던 김영관 조교사는 ‘원더드래곤’이 가장 먼저 결승선에 들어오자 감격으로 울먹이는 모습을 보였고, 같이 경주를 지켜보던 소속 관리사들이 김 조교사를 안아주며 기쁨의 순간을 함께 했다. 김 조교사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데뷔 이래 지금까지 내 모든 것을 경마를 위해 바쳤다”며 “함께 동고동락하며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최선을 다해준 소속 조(19조) 팀원들 덕분에 1500승이 가능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2004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데뷔한 김영관 조교사는 ‘기록 제조기’로 불리며 한국 경마에 굵직한 업적을 남겨왔다. 대상경주 68회 우승, 17년 연속(2006~2022년) 최다승 달성, 최우수 조교사 12회 수상, 한국경마 최단기 100승 달성 등 한 사람의 업적이라고 하기엔 경이로운 기록을 남겼다. 그러나 김 조교사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단순히 그의 경주 성적 때문만은 아니다. 모두에게 외면받는 말(馬)에게서 가능성을 보고 명마로 길러낸 그의 남다른 안목과 노력이 있기에 가능했다.

선천적인 절름발이 장애를 극복하고 자기 몸값의 74배에 달하는 상금을 획득한 경주마 ‘루나’의 이야기는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남기며 영화로까지 만들어졌다. 또 마주들에게 수차례 구매 취소 시련을 겪으며 외면받은 ‘미스터파크’도 김영관 조교사의 품에서 17연승의 국내 최다 연승마가 됐다.

이밖에도 대통령배(G1) 4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트리플나인’, 국내 첫 통합 3관마 ‘파워블레이드’, 2023년 암말 삼관마에 오른 ‘즐거운여정’까지 이름만 대도 알 만한 대한민국 최고의 경주마는 대부분 김영관 조교사가 배출했다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2004년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시작한 김영관 조교사의 경마 인생은 예순이 넘은 나이에도 현재까지 서울·부경 통합 최다승을 유지하며 전성기 못지않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팬들은 그의 대기록과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그의 경주마가 제일 먼저 결승선을 통과할 때마다 매번 그의 기록을 확인할 것이다.

한편,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는 9월 1일 오후 1시 45분 김영관 조교사의 1,500승 시상식이 열리며, 당일 부경 5개 경주를 지정해 김영관 조교사가 관리했던 명마의 이름을 딴 명칭 부여 경주를 운영한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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