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 부산에 첫 수출전용 공장 짓는다

입력 2024-08-30 17:35   수정 2024-08-31 01:13

농심이 부산에 첫 라면 수출 전용 공장을 짓는다. K푸드 열풍에 힘입어 해외에서 라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생산량을 지금의 두 배로 확대하기 위해 새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농심은 2026년 상반기 새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면 최근 K라면 주요 소비처로 떠오른 유럽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농심은 내년 상반기 부산 강서구 녹산국가산업단지에 연간 5억 개 라면을 생산할 수 있는 ‘녹산 라면 수출 전용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라고 30일 밝혔다. 신규 공장은 기존 녹산 공장 옆 여유 부지에 연면적 5만1000㎡ 규모로 들어선다. 2026년 상반기 준공이 목표다. 공장 설립에는 총 1918억원이 투입된다. 공장이 준공(3개 라인)되면 수출 전용 라면 생산량은 기존 부산 사상구 공장 생산량과 합쳐 지금의 두 배인 연간 10억 개로 늘어난다.

농심은 사상구 공장과 녹산 공장 등에서 생산한 라면을 현지 공장이 있는 미국, 캐나다, 중국 외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최근 ‘신라면’을 비롯한 제품 수출량이 크게 증가하자 작년과 올해 사상구 공장 라인을 한 개씩 증설했다. 농심의 라면 수출액은 2019년 1억8200만달러에서 지난해 3억700만달러(약 4100억원)로 4년 새 70% 가까이 늘었다.

농심은 새 공장에 3개 라인을 우선 설치한다. 향후 라인을 8개까지 증설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농심 관계자는 “신규 수출 공장은 녹산 공장과 유틸리티 기반시설을 공유하고 원·부자재도 조달해 생산 비용을 대폭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부산신항과의 거리도 6㎞ 정도로 가까워 물류비가 적게 들 것”이라고 말했다.

농심은 수출 전용 공장을 발판 삼아 미국과 중국에 이어 유럽 등을 공략하는 시장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농심은 지난 6월 프랑스 대형마트 카르푸와 르클레르 250여 개 점포에 공식 입점했다. 올해 스페인, 이탈리아, 스웨덴 등 유럽 전역으로 판매망을 확대하고 내년 초엔 유럽 법인도 신설한다. 미개척 시장인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농심은 오는 10월 미국 캘리포니아 2공장 내 용기면 라인 증설도 앞두고 있다. 신규 라인이 준공되면 미국 법인의 연간 라면 생산 능력은 8억5000만 개에서 10억1000만 개로 확대된다. 2022년 5월 2공장 준공 이후 농심 미국 법인 매출은 36%가량 증가했다.

라면업계에서는 농심이 대대적인 생산 라인 증설로 업계 선두 자리를 공고히 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농심은 삼양식품의 두 배가 넘는 매출을 올렸지만 영업이익은 삼양식품에 뒤졌다. 부동의 라면 대장주였던 농심은 5월 삼양식품에 시가총액 1위 자리도 내줬다.

업계 관계자는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성장이 정체된 국내보다 해외 매출 비중(지난해 약 44%)을 대폭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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