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일본 증시에 상장한 미국 채권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수요가 늘고 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채권 금리도 함께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 증시에 상장한 ETF를 매수하면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상승할 때 추가 이익을 노릴 수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국내 투자자들이 사들인 일본 주식 4위는 ‘글로벌X 25년 이상 만기 국채 ETF(환헤지)’가 차지했다. 424만달러(약 57억원)가 순유입됐다. 이 상품은 채권의 평균 만기(듀레이션)가 25년 이상이 되도록 미국 장기채를 담아 운용한다.
미국 하이일드 채권에 투자하는 ETF인 ‘아이셰어즈 미국 하이일드 회사채(환헤지)’도 매수세가 몰렸다. 최근 한 달 동안 114만달러가 유입돼 국내 투자자가 많이 사들인 일본 주식 12위에 이름을 올렸다. 신용등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미국 기업이 발행한 채권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두 상품 모두 미국 기준금리가 내릴 때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채권은 듀레이션이 길수록 금리 변화에 따라 채권 가격이 민감하게 움직인다. 미국 채권 상품 가운데서도 장기채 ETF에 돈이 몰리는 배경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하이일드 채권을 발행한 기업들의 부도율이 낮아지면서 하이일드 채권에서 수익을 낼 수 있다.
한국과 미국에도 유사한 ETF가 상장해 있는데, 일본 상장 ETF에 돈이 몰리는 건 엔화 가치가 높아질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최근 자금이 몰린 ETF는 엔화 헤지상품이라는 게 공통점이다. 일본 투자자에게는 달러 가치가 지금보다 떨어질 때 환율의 영향을 받지 않고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엔화로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는 원화 대비 엔화 가치가 높아질 때 추가 수익을 낼 수 있다.
한국에도 엔화노출 미국 장기채 ETF가 상장해 있지만, 과세체계가 달라 투자자마다 유불리가 엇갈린다. 국내 상장 ETF는 국내주식형을 제외하면 수익에 15.4% 세율로 과세한다. 이 수익은 금융소득종합과세 산정 때도 포함된다. 반면 일본을 포함한 해외 상장 ETF는 수익에서 250만원까지 공제한 뒤 나머지에서 22% 양도소득세를 매기고, 금융소득종합과세에는 포함하지 않는다. 이자와 배당을 포함한 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넘는 투자자라면 해외 상장 ETF에 투자하는 게 세제상 유리한 구조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