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역전을 위해 꺼내 든 카드가 바로 인공지능(AI)폰이다. 1월 출시한 세계 첫 AI폰 갤럭시S24의 흥행으로 시장 선점에 성공했지만 앞으론 장담할 수 없다. 애플은 오는 9일 자사 첫 AI폰 ‘아이폰16’을 내놓기 때문이다.
내년 1월 나올 갤럭시S25는 AI폰 주도권을 놓고 삼성이 애플과 한판 대결을 벌여야 할 핵심 제품이다. ‘스마트폰의 두뇌’로 불리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에 자사 제품 대신 퀄컴 칩만 넣기로 한 이유다. 삼성은 퀄컴이 개발하고 TSMC가 생산한 ‘스냅드래곤8 Gen 4’를 채택해 갤럭시S25 성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에 스냅드래곤과 엑시노스를 동시에 쓴 데는 다 이유가 있었다. 퀄컴의 납품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였다. AP 가격이 치솟아 삼성의 AP 구입비는 2021년 7조6295억원에서 지난해 11조7320억원으로 늘었다. 스마트폰 원가의 약 20%를 AP에 쓴 셈이다. 여기에 엑시노스를 채택해 AP 설계를 담당하는 시스템LSI사업부와 생산을 맡은 파운드리사업부 역량을 키워주기 위한 목적도 있다.
하지만 ‘최고 성능 부품만 써야 한다’는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의 전략과 퀄컴의 적극적인 구애가 맞물리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퀄컴은 갤럭시S25 울트라에 특화한 ‘스냅드래곤8 Gen 4 for galaxy’ AP를 제시했다. TSMC의 3나노미터(㎚·1㎚=10억분의 1m) 공정에서 양산될 이 칩의 성능은 아이폰16에 장착하는 AP ‘A18’에 밀리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퀄컴은 AP 출하량 기준으론 2~3년 전부터 대만 미디어텍에 시장 1위를 내줬다. 하지만 매출로는 여전히 세계 1위(올 1분기 점유율 36%)다. 프리미엄 AI폰용 AP와 관련해선 애플 외에 경쟁자가 없다는 평가를 듣는다. 삼성은 내년 AI폰 시장에서 퀄컴 AP를 적용한 갤럭시S25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애플과 중국의 추격을 따돌릴 계획이다.
3㎚ 파운드리 공정에서 양산한 ‘엑시노스 W1000’ AP가 지난달 나온 ‘갤럭시워치7’에 성공적으로 도입된 만큼 엑시노스2500 AP도 내년 상반기께 정상 궤도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DS부문은 내년 8월께 출시할 예정인 갤럭시 폴드·플립7(가칭)에 엑시노스2500을 공급하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황정수/박의명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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