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남산에서 15년간 일하다 2022년 독립해 식품·의약 전문 로펌 팔마를 세운 이진욱 대표변호사(사법연수원 36기)는 “사무실 위치를 선정할 때 한국에서 기업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테헤란로가 1순위였다”고 말했다. 2019년 테헤란로에 문을 연 스타트업 전문 로펌 최앤리법률사무소의 최철민 대표변호사(변호사시험 5회)도 “서초동은 낙후된 건물이 많고, 젊은 변호사가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 있는 법무법인 한일의 김경란 변호사(42기)는 “삼성역 인근에서 점심을 먹으면 주변이 온통 변호사들”이라며 "공유오피스를 이용하는 개인 법률사무소까지 포함하면 강남구 변호사 수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젊은 변호사들 사이에서 서초동은 “올드(old)한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반면 퇴직 후 3년 취업 제한 상태인 전직 판·검사들은 여전히 서초·교대역 주변에 개인 사무실을 내는 사례가 많다. 이들은 법원과 검찰청 인근을 오가는 개인 고객을 대상으로 ‘검사 출신’ ‘판사 출신’을 내세워 사건을 수임한다. 이진욱 변호사는 “서초동에 사무실을 두는 것 자체가 개인 사건 위주로 수임하겠다는 시그널(신호)이 된다”고 설명했다.
테헤란로에는 율촌(파르나스타워), 화우(아셈타워), 바른(바른빌딩), 대륙아주(동훈타워) 등 나머지 10대 로펌이 포진해 있다. 동인, YK 등은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역 일대를 선택했다. 최근 투자업계 불황으로 테헤란로를 떠나는 스타트업이 늘자 공실률이 높아진 것도 부티크 로펌 유입의 요인으로 꼽힌다.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이 밀집한 경기 성남 판교나 서울 성수동을 창업 무대로 고려하는 변호사도 늘어나는 추세다. 광장, 태평양, 세종 등은 이미 판교에 분사무소를 설립했다. 로펌업계 관계자는 “내부 고위급 회의에서 판교 진출안이 자주 거론된다”며 “성수동도 새롭게 떠오르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장서우/민경진 기자 suwu@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