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리히터, 구스타프 말러 등 세기의 지휘자들이 이끌고 리카르도 무티가 명예 단원인 오케스트라. 창단 182년을 맞은 오스트리아 빈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정통 클래식의 맥을 잇는다는 평가와 함께 고유의 사운드를 유지하며 독보적인 음색을 지닌 악단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개별 단원이 솔리스트로도 빼어난 기량을 갖춘 것 또한 유명하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빈 필하모닉이 올해 라트비아 출신 지휘자 안드리스 넬손스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협연에는 아시아가 배출한 세계적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53)와 조성진(30)이 함께한다. 이들의 공연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10월 23일(미도리)과 25일(조성진), 롯데콘서트홀에서는 26일(조성진) 이뤄진다.
1933년부터는 상임지휘자 제도를 폐지하고 시즌마다 단원이 선출한 객원지휘자가 악단을 이끌고 있다. 빈 필 고유의 연주 기법과 음색을 지켜나가겠다는 취지에서다. 빈 필의 사운드는 ‘황금빛’ ‘벨벳’ 등의 별명이 붙을 만큼 화사하고 유려하기로 정평 나 있다.
콧대 높은 빈 필이 선택한 객원지휘자는 주목받기 마련.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카라얀, 레너스 번스타인,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 역대 거장들이 빈 필의 선택을 받았다. 이번 내한 무대에서 빈 필의 선택을 받은 지휘자는 넬손스. 그는 40대 중반 지휘자로서 한창인 나이에 두 대륙을 대표하는 명문 악단 미국 보스턴 심포니와 독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LGO)의 음악감독을 동시에 꿰찬 현시대 에이스 지휘자다. 한국 팬들 사이에서는 ‘검은 띠의 마에스트로’라는 애칭도 있다. 오랜 시간 한국의 전통 무예 태권도를 연마한 유단자이기 때문. 지난해 11월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처음 내한해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손을 맞춘 바 있다.
넬손스와 빈 필하모닉은 각별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넬손스는 빈 필의 상징과도 같은 신년음악회(2020년) 무대를 지휘했으며 지난 8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말러 교향곡 9번을 함께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은 쇼팽 국제 콩쿠르 우승(2015)을 기점으로 세계 무대에서 빠르게 입지를 다져나가고 있다. 동시대 연주자 중 독보적인 기량과 음악적 커리어를 인정받는 아티스트로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를 하고 있다. 올해부터 빈 필하모닉과 함께 양대 오케스트라로 꼽히는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 중이다.
빈 필의 이번 내한 공연은 친숙한 레퍼토리로 채워진다. 첫날(10월 23일)에는 박찬욱 감독의 영화 ‘헤어질 결심’에 등장해 인기를 끈 말러 교향곡 제5번을 연주한다. 이날은 말러 교향곡과 함께 미도리의 협연으로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들려준다. 이 곡은 서정적인 바이올린 선율과 오케스트라가 한데 어우러지는 작품이다.
이후 두 번의 무대(10월 25, 26일)에서는 조성진이 협연하는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제3번과 R 슈트라우스 ‘영웅의 생애’를 무대에 올린다.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3번은 베토벤이 본격적으로 그의 독창성을 갖추기 시작한 작품으로 조성진이 즐겨 연주해오던 프로그램이다. 영웅의 생애는 슈트라우스의 자전적인 작품으로 전체 여섯 부분으로 구성됐다. 후기 낭만주의 음악의 정점을 보여주는 화려한 관현악 기법과 대규모 편성으로 오케스트라의 기량을 뽐낼 수 있는 레퍼토리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