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도 보장 대상…사고 이력 대리운전기사도 가입 가능

입력 2024-09-03 16:15   수정 2024-09-03 16:16

보험제도가 올해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정부는 보험상품 불완전판매로 소비자 불만이 치솟고, 무분별한 실손보험금 지급으로 과잉 진료가 이어지는 상황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임신·출산 보험 등 더 많은 상품이 출시될 수 있도록 걸림돌도 해소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보험산업이 ‘민원왕’이라는 불명예를 벗을 수 있도록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多사고 대리기사도 보험 가입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생명·손해보험협회, 주요 보험사, 학계 등과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보험개혁 10대 전략과 60개 과제를 제시했다. 소비자에게 돋보인 전략과 과제는 보험상품 개선 방안이다.

금융위는 임신·출산을 보험상품 보장 대상으로 편입하기로 했다. 그동안 보험상품은 우연한 사건에 대해 위험을 보장한다는 논리 탓에 임신·출산이 보장 대상인지에 대해 해석이 모호했다. 금융당국은 보험상품의 ‘우연성’이란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사고의 발생 여부나 시기가 확정되지 않은 것이라는 대법원 판례를 고려해 임신·출산도 보장 대상으로 편입하기로 했다. 올해 말부터는 관련 보험상품이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은 소비자 혜택을 위해 ‘무사고 보험료 환급’도 허용하기로 했다. 무사고 환급이 가능한지를 놓고 최근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이 사고 없이 귀국하면 보험료의 10%를 환급금으로 제공하는 여행자보험을 출시했는데, 손해 없이 환급 형태로 보상해주는 것은 손해보험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있었다.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당국은 무사고 환급금을 보험업법상 특별이익의 일종으로 포섭하기로 했다. 환급금이 결국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우려가 나왔지만, 금융당국은 소비자 혜택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특별이익 한도 내에서 자유로운 지급을 허용하겠다는 방침이다. 보험업법상 특별이익으로는 계약자에게 최초 1년 보험료의 10%와 3만원 중 적은 금액을 제공할 수 있게 돼 있다.

또 사고 이력이 있는 대리운전기사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대리운전자보험은 사고 이력을 고려한 보험료 부과 체계가 없어 사고 이력이 많은 기사는 보험 가입이 줄곧 거절됐다. 앞으로는 대리운전자보험도 운전자별로 직전 3년 및 최근 1년간 사고 건수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부과한다. 보험료를 더 많이 내는 대신 가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항공편이 결항하거나 지연되는 경우 가입자가 간편하게 보상받는 ‘항공기 지연 지수형 보험’도 나온다. 지수형 보험은 손실과 관련된 지표를 사전에 정하고, 해당 지표가 조건을 충족하면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보험을 말한다. 보험개발원은 항공기 지연 및 결항 데이터를 이용해 참조순보험요율을 산출하고 보험사에 제공했다.
○의료자문 제도 손질
금융당국은 보험금 지급 거절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지적을 받은 의료자문 제도도 손질하기로 했다. 진료·진단 의료기관보다 상급 기관에서만 의료자문을 받도록 명문화한다. 아울러 종합·상급종합병원 전문의로 ‘자문의 풀’을 별도 구성해 자문을 실시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불완전판매 비율과 설계사 계약 유지율 등 신뢰도 정보를 보험 청약서나 증권 등 안내자료에 함께 기재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설계사의 모집 경력, 계약 유지율 등을 별도 서면으로 소비자에게 사전 제공하는 것도 의무화할 계획이다. 단순 질의 등 분쟁이 없는 민원은 금감원이 각 보험협회로 이첩해 처리하도록 한다. 또 기존에는 인감증명서로만 가능했던 보험금 대리청구와 관련해서는 본인 인증수단을 전자방식으로 확대해 모바일을 통한 대리청구도 가능하게 할 예정이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 주도로 실손보험 제도도 본격적으로 손질하기로 했다. 실손보험이 환자 부담금을 전액 또는 상당 부분 보장하면서 경증 또는 비응급 환자도 상급종합병원과 응급실을 자주 이용하는 부작용을 해소하기 위해서다.

의료개혁특위는 신규 실손보험 상품의 본인 부담을 강화하거나 비급여 보장 범위·수준을 합리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실손보험의 비급여 기준·가격 설정 구조에 의료기관을 참여시키고, 심사 체계를 구축하는 등 진료량·수준을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한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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