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압류품 年 62만건…98%는 폐기처분

입력 2024-09-03 17:54   수정 2024-09-04 09:41

밀수품으로 적발되거나 통관 시 관세 한도를 넘겨 세관에 압류된 ‘체화(滯貨) 물품’이 지난해 60만 개를 넘기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해외여행객이 대폭 증가한 데다, 해외 직구 급증으로 통관 절차를 거치는 물건이 크게 늘어서다. 이들 체화 물품 중 95%는 팔리지도 못한 채 폐기되고 있어 관세당국의 관련 처리 비용도 해마다 늘고 있다. 불필요한 보관·폐기 비용을 아끼고, 정상 세수 확보 차원에서라도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해 체화 물품 62만 건…4년 새 3배↑
3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밀수와 세금 미납 등의 이유로 통관되지 못해 세관이 보관하다 기한이 지난 체화 물품은 62만8101개로 사상 최대 규모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17만9030개)보다는 3.5배 늘었다. 코로나19 시기인 2020년(15만4778개), 2021년(20만5594개)과 비교하면 최대 4배가 넘는 규모다.

체화 물품은 해외여행 수요와 맞물려 늘고 있다. 면세 한도를 넘겨 세관에 보관된 여행자 휴대품을 주인이 안 찾아가는 경우가 상당수다. 온라인 해외 직구가 활발해진 탓도 크다. 통관 물품 중 보류 상품이 늘었는데, 세금을 제때 내지 않으면 체화 물품이 된다. 이 경우 세관에 유치된 뒤 2~5개월이 지나면 세관 소유 체화 물품으로 분류된다.

전국 세관은 쌓여가는 체화 물품을 처리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세관마다 보세화물 창고를 두고 있지만, 장소가 한정돼서다. 관세법 시행령 등에 따라 공매해 관리비 일부를 충당한다.
90%이상 폐기 처리에 비용 부담
최근 2~3년 새 체화 물품 공매는 ‘틈새 재테크족’에게 알음알음 알려져 왔다. 명품 가방, 위스키나 유명 화장품 등을 최대 반값에 살 수 있어 특히 인기가 높다. 그렇지만 공매하지 못하고 폐기되는 체화 물품이 대부분이라는 게 관세청의 설명이다. 체화 물품 대부분이 짝퉁 혹은 수입이 금지된 의약품 등 판매 가치가 떨어지거나 지식재산권 침해, 밀수 등 불법적인 요소로 국내 반입이 불가능한 물건들이다. 올해 1~8월 세관 체화 물품 32만6010개 중 98.3%인 32만493개가 폐기됐다.

공매에 넘어가는 물품도 낙찰률이 저조하다. 지난 8월까지 공매에 오른 물건 790개 중 낙찰된 물품은 22%(172개)에 불과했다. 최대 6번인 공매를 거칠 때마다 10%씩 최저가가 낮아짐에도 판매된 물품 자체가 적어 관세 확보 실적은 미미한 수준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폐기 비용과 함께 화주가 내지 않는 보관료 및 처리비용을 합치면 매년 수십억원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관은 매년 체화 물품이 늘고 있어 조만간 세관 창고가 포화상태에 이를 것으로 우려한다. 전문가들은 관세청이 적극적인 계도 활동을 벌여 체화 물품 자체를 줄이거나, 수입업자 등 화주를 대상으로는 처리 비용 선불 결제 등의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진규 조선대 무역학과 교수는 “면세 한도를 넘은 여행자를 공항에 잡아두기 어렵고, 화주나 수입업자에게 추후 비용을 청구하더라도 또 다른 행정비용이 발생하는 문제가 있다”며 “발생 비용을 감안해 미리 신용으로 결제하고, 통관이 완료되면 환불해주는 등의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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