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열다섯 살에 세계적 명문 음반사인 도이치그라모폰(DG)의 최연소 전속 아티스트로 발탁되면서 유럽 클래식 음악계를 놀라게 한 인물이 있다. 스웨덴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23)다.
그는 아홉 살 때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가 지휘하는 모스크바 비르투오지 체임버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며 ‘바이올린 신동’으로 이름을 알렸다. 지금은 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젊은 연주자 중 한 명이다. 미국 뉴욕 카네기홀, 스위스 베르비에 페스티벌, 영국 BBC 프롬스 같은 정상급 무대에서 성공적인 데뷔를 치르며 ‘엘리트 음악가 코스’를 걷고 있다. 발레리 게르기예프, 클라우스 메켈레 등 지휘 거장들이 거듭 찾는 솔리스트로도 유명하다.
‘유럽 바이올린계의 신성(新星)’으로 불리는 로자코비치가 한국을 찾는다. 오는 10일 경기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바이올린 리사이틀에서 바흐의 무반주 소나타 1번, 무반주 파르티타 3번과 2번 등을 차례로 들려준다.
로자코비치는 내한을 앞두고 진행한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바흐 무반주 소나타와 파르티타는 ‘바이올린의 구약, 신약성서’와도 같은 작품”이라고 했다. 이어 “바흐가 악보에 써낸 모든 선율은 너무나 신비로워 연주할 때면 완전히 다른 시공간으로 연결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며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듯한 이 강렬한 경험을 청중에게도 생생히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에게는 늘 ‘타고난 천재’ 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깊은 음악성과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 때문이다. 비법을 묻자 그는 “종일 악기에만 매달리는 연습벌레 스타일은 아니다”며 “중요한 건 얼마나 많이 연습하는가가 아니라 어떤 음악을 만들 것인가에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미술이나 무용 같은 다른 장르의 예술을 찾아서 보고, 침대에 누워 작곡가의 삶을 상상해 보고, 책상에 앉아 악보를 들여다보면서 내면의 무한한 잠재력을 깨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편”이라며 “악기를 잡는 건 하루에 서너 시간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올해 워너클래식으로 적을 옮긴 로자코비치는 지난달 세계적 피아니스트 겸 작곡가 미하일 플레트네프와 음반을 발표해 세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앨범엔 그리그 ‘솔베이그의 노래’와 바이올린 소나타 3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등이 담겼다. 그는 “플레트네프와 연주하는 건 나의 오랜 꿈이었다”며 “그와의 작업에선 어떤 말도 필요하지 않았고, 인간의 오감을 초월하는 새로운 감각을 통해 대화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매 순간 새로운 아이디어와 음색을 창조해 내는 플레트네프와의 작업은 정신을 차리기 어려울 정도로 황홀했습니다.”
20대 초반의 나이. 남부러울 것 없는 연주 경력을 쌓으며 세계적 반열에 오르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지만 정작 그는 “커리어 욕심은 1%도 없다”고 했다. 로자코비치는 “처음 바이올린을 잡은 순간부터 지금까지 연주자로서 대단한 업적을 쌓겠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며 “내 관심사는 오로지 음악 그 자체”라고 말했다. “제 연주를 듣고 누군가가 새로운 영감을 얻고, 그들이 바라보는 세계가 조금이나마 넓어질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합니다. 인간에게 희망과 아름다움을 전하는 것, 그게 제가 음악을 하는 이유니까요.”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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