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이나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대전을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둘레길은 물론 수목원과 자연휴양림 등 숲 여행하기 좋은 곳이 도심을 둘러싸고 곳곳에 펼쳐져 있다.
대청호오백리길, 지루하지 않은 숲길 여행
먼저 방문한 곳은 대청호오백리길이다. 대전(동구·대덕 구)과 충북(청원·옥천·보은)에 걸친 약 200km 둘레길로 전체 21개 구간이나 된다. 대청호 주변 자연부락과 소하천, 등산길, 임도, 옛길 등을 포함하고 있다. 높은 곳에서 바라본 대청호오백리길은 호수도 강도 아닌 거대한 바다 같다. 초록의 숲이 점점이 박혀 섬처럼도 보인다.
그 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가보라고 추천해준 4구간을 탐방했다. ‘호반낭 만길’이라는 테마가 담긴 4구간은 대전 동구 윗말뫼에서 시작해 드라마 <슬픈연가> 촬영지와 대청호자연생태관, 습지 공원, 연꽃마을 등을 거친다.
기다란 나무 덱(Deck)을 따라 호반길을 걷노라면 대청호오백리길의 슬로건 ‘사람과 산과 물이 만나는 곳(Where people, mountains and waters meet)’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다.
유성온천지구로도 잘 알려진 대전 유성구에서 뜨거움이 아닌 차가운 매력에 풍덩 빠졌다. 계룡산국립공원의 수통골을 발견한 덕분이다. 산속에 자리한 계곡이라고 하여 엄청나게 힘든 산행을 예상했는데 모두가 말해준 것처럼 ‘어린이도 쉽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계룡산국립공원 체험학습관과 인접한 입구에는 주차장이 널따랗게 조성되어 있다. 작은 물고기들이 헤엄치는 모습을 훤히 볼 수 있는 계곡물은 참 맑디맑다. 용이 미끄럼을 타고 지나간 것처럼 붉은 비늘 자국이 나 있는 암석도 눈길을 끈다.
계룡산국립공원은 천황봉을 중심으로 16개에 달하는 봉우리 사이에 약 10개의 계곡이 형성되어 있다. 그중 수통골은 큰 경사 없이 평지로 이뤄져 있고 곳곳에 두툼한 멍석이 깔려 있어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인공호수가 조성된 유림공원은 단아한 분위 기로 가득하다. 호수 위에는 기품 있는 연꽃이 고개를 내밀고, 유림정은 운치를 더한다. 단순히 도심 속 작은 공원으로만 생각했던 유림공원에 단단히 반한 사람들은 이른 아침 산책을 나온 할아버지도,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라이더도 잠시 멈추고 이 풍경을 간직하려 스마트폰을 들었다.
우리나라 최대 인공 수목원, 한밭수목원
적잖은 시간을 공원에서 보내고 한밭수목원으로 향했다. 한밭수목원 종합안내도 앞에서는 또 다른 의미로 걸음을 떼지 못했다. 엑스포시민광장을 사이에 두고 서원, 동원으로 나뉘어 규모가 엄청나다. 아무래도 한밭수목원까지 돌아보려면 대전 당일치기는 어렵겠다. 물오리나무, 소나무숲, 무궁화원, 습지원, 숲속의 작은문고 등이 자리한 서원으로 갈까? 유실수원, 수국원, 식이식물원, 허브테마가든 등이 자리한 동원으로 갈까?
새파란 하늘에 하얀 구름이 밀려간다. 엑스포시민광장에서 자전거, 보드를 타는 시민들을 부럽게 바라보며 맨다리로 수목원을 누볐다. 허브테마가든, 천연기념물센터가 있는 것을 보니 동원에 왔다!
식물로 가득할 거라 예상했던 천연기 념물센터에는 식물 외에도 진돗개, 반달가슴곰, 산양, 수리 부엉이 등의 동물 표본(박제)과 한반도가 생성되기 이전부터 지금에 이르는 천연기념물 화석 표본 등도 전시돼 볼거리가 수월찮다.
그중 재일교포 2세인 박희원 관장이 기증한 털매머드(Wolly Mommoth) 화석 표본은 한국인이 직접 발굴단을 구성해 현장에서 발굴한 최초의 것으로 털매머드의 피부 조직과 털도 볼 수 있다.
▷ INFORMATION : 여기는 어때?
국립대전현충원
애국지사와 순국선열, 호국영령을 추모하는 현충원이 이렇게 웅장하고 아름다워 참 다행이고 뿌듯한 마음이 든다. 국립대전현충원은 서울현충원의 안장 능력이 포화상태에 도달함에 따라 1979년 묘역 개발을 시작해 1985년, 전체면적 약 322만㎡ 규모로 완공되었다. 문필 봉을 조종산으로, 옥녀봉을 주산으로, 계룡산을 조산으로 삼은 국립대전현충원은 마치 성역처럼 신비롭고 엄숙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선열들의 피와 눈물로 우리 산하가 지켜졌음을 다시금 상기해본다.
→ 대전 유성구 현충원로 251
금강로하스에코공원
금강 변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린다면, 근사한 음악과 함께 자동차 드라이브를 즐긴다면, 아이 손을 잡고 천천히 걷는다면 오늘의 일상은 그 자체로 완벽할 것이다. 금강로하스에코 공원은 대전 대덕구 신탄진동 금강 변에 위치한다. 옛 취수장을 새롭게 단장하여 시민과 가까운 시설로 거듭난 금강로하스타워부터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는 널따란 야영시설까지 조성되어 휴식의 기쁨을 누린다.
→ 대전 대덕구 대청로 607
성북동산림욕장
유명한 한밭수목원도 규모가 엄청나게 커서 놀랐지만 그보다 더 놀란 것은 대전에 녹색지대가 이다지도 다양해서다. 대전은 도심을 중심으로 초록 공간이 크고도 촘촘히 갖춰져 있다. 잠시 쉬어가는 공원은 제각각의 특색을 갖추고 있어 어디를 찾든 기대 이상의 만족을 전한다. 성북동산림 욕장도 마찬가지. 방동저수지, 치유의 숲, 국립대전숲체원을 거닐면 반나절 유쾌한 데이트 코스로 그만이다.
→ 대전 유성구 성북로 463
만인산자연휴양림
만인의 사랑을 받아 만인산인가. 그렇다면 제대로 이름을 지었다. 대전의 그 어느 곳보다 많은 사람을 만났던 이곳은 특이하게도 호떡이 유명하 다. 그야말로 ‘호떡집에 불난 듯하다’ 가 딱. ‘봉이호떡’ 앞에 긴 줄을 뒤로하고 만인산자연휴양림을 돌아본다. 시원하게 뻗어 나오는 분수는 청량하고 꽥꽥 오리 가족은 사랑스럽다. 우연히 마주친 행운을 줄 것만 같은 자라까 지. 이래서 사람들이 만인산자연휴양 림을 즐겨 찾는가 보다.
→ 대전 동구 하소동 산 47
장동산림욕장과 계족산황톳길
비가 쏟아지던 한낮. 장동산림욕 장에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힘차게 오르막을 오른다. 잠깐 사이에 운동화는 축축이 젖어 걸을 때마다 비에 잠긴 발가락이 꿀렁꿀렁 춤을 춘다. 빗물에 젖은 계족산황 톳길도 여느 때보다 더 보드랍겠 다. 우산을 나란히 쓴 두 분이 조심 조심 황톳길을 밟으며 내려온다.
비와 함께 숲이 진해진다.
→ 대전 대덕구 장동 59
이선정 한경매거진 기자 sj_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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