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아프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열나도 응급실 가면 안 되고, 갑자기 무지막지한 복통이 와도 응급실 가면 안 되고, 어디 찢어져서 피가 철철 나도 경증입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이 경증에 대한 정의를 내리자 국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벌초하다가 뱀에 불리면 의식이 있을 때는 경증이냐", "제초기나 낫에 베여 피가 철철 나도 응급실 갈 수 없는 거냐"는 질문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는 것.
대한의사협회(의협)는 4일 '환자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고 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발언을 두고 "박 차관의 망언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가의 보건의료를 관장하는 자가 이렇게 무지한 발언을 일삼는 것에 심각한 유감을 표한다"면서 "경·중증 판단은 의사들도 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실제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들이 경증으로 진단받았다가 추가 검사로 중증으로 밝혀지는 경우가 적지 않고, 그 반대 또한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화 사실만으로 경증을 판단할 수 있다면 의사들은 '레드 플래그 사인'(위험 신호)을 왜 공부하겠는가"라며 "전화로 쉽게 경·중증 판단이 가능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면 현재 국정운영의 상태가 중증인 것"이라고 규탄했다.
의협은 "정부가 진정 우리나라 의료를 살리기를 원한다면 박 차관을 비롯해 우리나라 의료를 이렇게 만든 관계자들에게 책임을 물어 경질하고, 더 늦기 전에 현 사태 해결을 위해 의료계와 함께 특단의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 차관은 앞서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환자 본인이 증상의 중증을 판단할 수 없지 않겠냐는 질문에 "본인이 전화해서 알아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는 것 자체가 경증이라고 이해하시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중증은 거의 의식 불명이거나 본인이 스스로 뭘 할 수 없는 마비 상태에 있거나 이런 경우들로 그렇지 않고 열이 많이 나거나 배가 갑자기 아프거나, 어디가 찢어져서 피가 많이 난다는 것들은 경증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어린아이의 경우 "열이 나거나 하는 건 대부분 경증이다"라며 "소아의 경우 대형 병원보다는 열을 빨리 내릴 수 있는 조치와 함께 동네 의원을 찾아서 먼저 조치하고 그다음에 큰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훨씬 빠르게 적정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오후에 열린 응급의료 등 비상 진료 대응 관련 브리핑에서 이 발언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박 차관은 "(그렇게) 너무 넓게 말씀드리면 오해가 있을 수는 있다"며 "일반화한 발언이었고, 의식이 있다고 해서 다 경증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해명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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