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피 부족 국가' 될라" 우려 속…놀라운 결과 나왔다 [이지현 기자의 생생헬스]

입력 2024-09-06 09:54   수정 2024-09-06 10:08


277만6291건.

지난해 국내 헌혈 건수다. 대한적십자사는 매년 300만건 정도 헌혈이 이뤄져야 국내 혈액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인구 고령화로 주 헌혈 계층인 학생과 군인 인구가 줄면서 헌혈건수는 계속 감소하고 있다. 이대로면 한국이 '혈액 부족국가'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런 혈액 부족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내 연구진이 돼지 피를 사람과 비슷한 영장류에게 수혈해 혈액학적 지표가 일시적으로 개선된 것을 확인하면서다. 하지만 여전히 면역거부 반응의 한계는 넘지 못했다.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헌혈 인구가 늘어야 한다는 의미다.

강희정·노주혜 한림대성심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과 황정호 안전성평가연구소 연구원은 바이오 기업 옵티팜과 함께 실험용 무균돼지와 형질전환 돼지의 혈액을 원숭이에게 수혈하는 안전성 평가 연구를 진행했다고 6일 밝혔다.

연구팀이 활용한 것은 실험용 무균돼지, 사람 혈액과 잘 호환하도록 삼중유전자를 없앤 형질전환 돼지다. 혈액형은 모두 O형이었다. 이들 돼지의 혈액을 원숭이에게 이식하기 위해 임상용 적혈구 제제로 제조했다.

이후 사람과 비슷한 특성인 시노몰구스 원숭이 12마리를 세 그룹으로 나눠 전체 혈액의 25% 정도를 빼냈다. 이를 통해 혈액 부족 탓에 바로 죽지 않으면서도 혈액학적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혈액 손실 동물모델을 만들었다.

혈액 부족 상태인 원숭이를 네 마리씩 나눠 한 그룹은 무균 돼지 적혈구를, 또 다른 그룹은 형질전환 돼지 적혈구를 각각 수혈했다. 나머지 대조군 그룹은 생리식염수만 주입했다. 출혈 전과 출혈 직후, 수혈 후 21일 동안 혈액 지표 등을 분석했다.

그 결과 무균돼지와 형질전환 돼지의 혈액을 수혈한 원숭이들은 수혈 후 첫째 날까지 적혈구 수, 헤모글로빈 수치 등이 개선됐다. 부족한 혈액을 일시적으로 대신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의미다. 형질전환 돼지의 혈액을 수혈한 원숭이는 무균돼지의 혈액을 수혈한 원숭이보다 전신 부작용이 덜 나타났다.

하지만 돼지 혈액을 수혈한 원숭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항체 반응이 강해져 부작용이 심해졌다.면역계가 거부 반응을 일으킨 것이다. 수혈 초기엔 일부 활용 가능성을 확인했지만 결국 면역 거부 반응의 벽은 넘지 못했다. 강 교수는 "보다 안전하고 효과적인 이종수혈 프로토콜을 개발하고 유전적 변형으로 돼지 적혈구가 인간 적혈구를 대체할 수 있도록 후속 연구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사람이 아닌 동물의 혈액을 수혈하는 이종수혈 시도는 과거에도 있었다. 19세기엔 급성 출혈 등 응급상황에 대비하는 데 잠재적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하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돼지는 장기 크기와 적혈구 기능 등이 사람과 비슷해 이종이식 연구에 폭넓게 활용되고 있다.

이종수혈에 대한 관심은 혈액 부족 문제 탓에 최근들어 더 커졌다. 2017년 292만8670건이었던 국내 헌혈 건수는 지난해 277만6291건으로 줄었다. 코로나19 탓에 헌혈자가 급감했던 2020~2022년에 비해선 회복했지만 2019년 279만1092건보다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아직 연구 단계다. 줄기세포 등을 활용해 인공혈액을 만드는 시도도 마찬가지다. 혈액 부족 문제를 해결해 생명을 살리는 수단은 헌혈 뿐이다.

인체 혈액량은 남성 체중의 8%, 여성은 7% 정도로 알려졌다. 체중이 60㎏인 남성이라면 혈액량이 4800mL 정도다. 이런 혈액의 15%는 비상상황을 대비해 보유하고 있는 여유분이다. 전혈 헌혈을 하면 10~15분 동안 혈액을 320mL나 400mL 정도 뽑는다. 헌혈을 해도 당장 건강상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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