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마케팅으로 한국의 초기 온·오프라인 연계(O2O) 시장을 이끌던 박 대표는 6일 “코로나19 때 술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며 새로운 플랫폼이 뿌리내릴 가능성을 찾았다”고 했다. 그가 2022년 새롭게 뛰어든 시장은 주류 온라인 구매다. 키햐는 온라인으로 술을 산 후 근처 식당 등에서 픽업하는 서비스다. 2020년 국세청이 온라인 결제와 현장 픽업을 연결해 술을 사는 스마트오더를 허용하면서 시장이 열렸다.
박 대표는 2006년 블로그 서비스 ‘블로그 칵테일’을 시작으로 다양한 O2O 서비스를 내놓은 연쇄 창업가다. 위드블로그를 매각하고 렌터카 플랫폼 카모아에 창업 멤버로 합류했다.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더벤처스에선 투자자로 O2O 플랫폼 기업의 성장을 지원했다.
이전까지 수입 주류 시장은 영세한 유통 구조로 소비자가 접근하기 어려웠다. 대형마트에서 못 구하는 술은 남대문 주류시장 같은 곳에 가야 볼 수 있었다. 같은 제품이라도 점포마다 가격이 달라서 바가지를 안 쓰려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시세를 따로 확인해야 했다. 박 대표는 “현금 결제 압박까지 있어 전형적인 레몬마켓이었다”며 “플랫폼으로 혁신할 여지가 많다고 봤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존 문화에 익숙한 주류 수입사와 유통사를 설득하는 일은 베테랑인 박 대표에게도 쉽지 않았다. 그는 “O2O 서비스는 초기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게 굉장히 힘들다”며 “세련돼 보이는 플랫폼 비즈니스지만 실은 발로 뛰는 영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키햐는 시스템을 주류 도매사들이 일하는 방식에 맞췄다. 키햐에서 발생하는 주문이 자연스럽게 도매사의 일과에 스며들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는 “회사마다 발주 방식이 다른 점에 착안해 발주서 양식 설정 기능을 개발했고 주문을 놓치지 않도록 알림톡 자동 발송 기능도 넣었다”고 말했다.
도매사들이 높이 평가하는 ‘재고 공유 유통 시스템’도 현장 목소리를 담아 개발했다. 각 도매사가 활동하는 지역의 모든 재고와 유통을 담당하는 시스템이다. 박 대표는 “이 과정을 통해 키햐의 주류 라인업을 2000여 개까지 확보했다”며 “제품력이 강하니 고객이 몰리고, 픽업 매장을 확보하기도 쉬워졌다”고 했다.
키햐의 픽업 매장은 전국 800여 개에 달한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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