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인력 부족으로 운영에 차질을 빚는 병원에 군의관들을 파견하고 있지만, 이들마저 현장에서 근무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응급실 파행이 지속하고 있다. 파견된 군의관 250명 중에서는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8명 포함돼있지만, 이들도 임상 경험 부족 등으로 응급실 진료에 부담을 호소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6일 의료계와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대목동병원, 아주대병원, 세종충남대병원에 파견된 군의관 모두 현장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라 모두 업무를 중단한 채 돌아갔다.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3명의 군의관이 배치됐으나, 면담 결과 현장 경험과 진료 역량 등으로 미뤄보아 응급실 근무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됐다.
군의관들이 본격적인 응급실 진료는 어렵다는 의사를 표한 데 따라 병원 측이 복귀 조치를 통보했고, 이들은 이날부터 출근하지 않고 있다. 이대목동병원에 파견된 군의관 중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현재 이대목동병원 응급실은 군의관 없이 기존 응급의학과 전문의 3명으로 운영 중이다.
아주대병원에서도 응급실에 2명, 마취과에 1명이 배치됐으나 이들 군의관 3명이 "현장에서 근무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아주대병원 관계자는 "현재 병원과 응급실에서 근무 중인 군의관은 없는 상황"이라며 "모두 본인 의사에 의해 되돌아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파견 군의관 2명이 모두 응급의학과 전문의인 세종 충남대병원에서도 군의관들이 환자 진료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데 따라 모두 복귀했다.
의료계에서는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군의관이라고 해도 전공의 과정을 마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상 경험이 풍부하지 않은 탓에 현장에 투입되는 걸 부담스러워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의료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도 군의관들이 응급실 진료를 꺼리는 이유로 거론된다.
당장 환자와의 갈등이 벌어지거나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그 책임이 군의관에 있는지, 소속된 군에 있는지, 파견한 정부에 있는지도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파견된 군의관, 공보의가 도움이 된 경우는 반이 되지 않았다"며 "중증도가 높은 환자의 진료에 섣불리 참여하였다가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생길까 두려워 피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의료계의 반응과 달리 정부는 우선 '부족한' 인력을 지원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경택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현장에서 의료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정부가 가용할 수 있는 인력을 지원하는 게 효과가 없지는 않을 것"이라며 "응급실에서 근무하든, 배후진료를 돕는 형태이든 현장에서는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복지부는 군의관·공보의 파견이 현장에서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게 국방부와 함께 업무 가이드라인 등을 만들 예정이다.
김정우 기자 enyo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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