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모 부장은 대기업 공채 출신 만년 부장이다. 명문대를 졸업한 박 부장은 자신이 회사에서도 인정받고 임원으로 고속 승진할 것으로 확신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말만 연봉제일 뿐, 실제로는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에 가까운 승진 체계 덕에 부장까지는 흐르는 세월과 함께 무난히 올라왔으나 무임승차는 거기까지였다.
이제는 부여받은 신규 프로젝트에서 생소한 용어도 많아졌고, 경영진 보고 때 배석하는 실무자 없이는 맥락을 놓치는 일이 잦아졌다. 하지만 박 부장은 공채 후배인데도 임원으로 먼저 승진한 약삭빠른 상사, 회사 업무 몰입도가 낮은 나태한 팀원들 탓이라며 핑계를 대기 일쑤다. 1 대 1 코칭을 해 보니 박 부장은 여전히 자신이 회사에서 매우 중요한 존재이고, 부족하나마 팀이 이 정도 성과라도 내는 것은 자신 덕이라고 스스로 확신하고 있다. 이 사례에선 더닝-크루거 효과가 어떻게 저성과자가 자기 과신의 함정에 빠지는지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한계를 인식하지 못해 팀의 성과와 협업에 걸림돌이 됐다.
김모 대리는 탁월한 직원이다. 그의 전문성과 열정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그는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상사와 동료들은 그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지만, 그는 뭔가 부족하고 더 잘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후회에 사로잡혀 있다. 동료들이 도움을 청해도 자신이 일을 그르치지 않을까 걱정하며 주저한다.
김 대리의 경우 더닝-크루거 효과는 반대 방향으로 작용한다. 뛰어난 능력을 갖췄는데도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나머지 더 큰 역할을 맡고 성과를 창출하는 데 방해가 된다. 그의 겸손함이 오히려 동료들에게는 자신감 부족으로 비칠 위험도 있다. 이런 현상은 의외로 초고속 승진을 한 신임 임원을 위한 코칭 세션이나 일류 대학에 합격해 우수한 친구들과의 경쟁에 노출된 학생과의 개인 상담 과정에서 종종 목격된다.
더닝-크루거 효과는 개인의 인지적 한계에서 비롯하지만, 극복 전략은 조직 차원에서 꾸려야 한다. 곧 추석이 지나고 연말이 다가오면 회사에서는 인사평가철에 접어든다. 저성과자가 스스로 과대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대로 고성과자가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있지는 않은지 등 개개인의 자기 진단과 상사 평가, 동료 평가 결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피드백을 줄 때도 단순한 지적이 아니라 자기 인식과 성장 기회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 저성과자에게는 명확한 개선 방향을 일러주고, 고성과자에게는 성과를 인정하고 장려하는 피드백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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