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 디바' 게오르기우의 안타까운 무대

입력 2024-09-08 17:19   수정 2024-09-09 00:17

지난 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최대 관심 인물은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기우였다. 서울시오페라단이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오페라 ‘토스카’의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토스카 스페셜리스트’로 불리는 게오르기우는 제작 당시부터 이목을 모았다.

루마니아 출신인 게오르기우는 영국 코벤트가든을 비롯한 세계 주요 오페라 하우스에서 토스카 역할로 출연해 명반들을 남겼다. ‘토스카’는 경찰서장 스카르피아가 유명한 여가수 토스카를 취하려는 욕심에서 비롯된 비극을 다룬다. 토스카와 그의 연인 카바라도시는 결국 모두 죽는다.

아쉽게도 1965년생 게오르기우의 노래에는 세월의 흔적이 역력했다. 연인 마리오 카바라도시를 세 번 부르는 1막의 등장 신에서는 단 한 번도 마리오를 정확한 음정으로 부르지 못했다. 작품의 대표곡인 2막의 ‘예술에 살고 사랑에 살고’를 노래하는 장면에선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2막이 끝난 뒤 휴식 시간의 로비에서는 “이번 공연이 게오르기우가 출연하는 마지막 전막 오페라일 것 같다”는 이야기까지 들렸다.

물론 시대를 풍미하던 디바의 아우라는 확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에 온전히 녹아들며 ‘질투심 넘치는 사랑에 빠진 여인’을 연기하는 몸짓이나 대사 표현은 더할 나위가 없었다.

공연에서는 한국 성악가들의 탁월한 기량이 돋보였다. 이번 작품을 가장 빛낸 캐스팅은 카바라도시 역 테너 김재형이었다. 가히 완벽하다고 말할 수 있는 가창력으로 무대를 완벽히 장악했다. 1막의 아리아 ‘오묘한 조화’에서 특유의 힘차고 단단한 고음을 뿜어내며 마이크를 쓴 건지 의심할 만한 음량을 들려줬다. 3막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은 이날 공연 전막에서 가장 황홀한 순간이었다. 묵직한 고음을 끊임없이 쏟아내는 테너의 에너지에 객석에선 앙코르를 요구하는 환호가 터져나왔다. 권력을 이용해 토스카를 탐하는 빌런 스카르피아 역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의 카리스마 역시 흠잡을 곳 없었다.

지휘자 지중배는 자칫 늘어지게 들릴 수 있던 게오르기우의 독창들과 소리가 작은 어린이 합창단이 노래하는 장면에선 몸을 세우고 큰 동작으로 팔을 저으며 가수를 배려했다. 성악가의 개인 기량과 상관없이 호흡을 맞춰주며 독일 울름 오페라 극장에서 수석지휘자로 활동하던 연륜을 느낄 수 있었고 연주를 맡은 부천필과도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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