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이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건설 현장에 레미콘 제조 공장을 설치한다. 공사 현장에 시공사가 레미콘 제조설비를 직접 설치한 건 이례적이다. 일대 교통난이 심해 '레미콘 제조 후 90분 내 타설'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아예 현장에서 레미콘을 제조키로 한 것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건설 현장에 '배치 플랜트'를 설치·운영하기로 했다. 구청 등 관계 기관과 환경 추가 개선안을 놓고 막판 조율 중이다.
배치 플랜트는 시멘트에 모래, 자갈 등의 재료를 조합해 레미콘을 제조하는 설비다. 서울 시내에서도 지하도로 건설 현장 등에 설치한 사례가 있지만 민간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처음이다.
현대건설이 이 현장에 배치 플랜트를 설치하기로 한 것은 레미콘을 90분 이내 조달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레미콘은 90분 이내 타설을 못 하면 굳어서 사용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굳어가는 레미콘을 사용하면 시공 품질이 크게 떨어져 안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레미콘 불량은 최근 잇따른 아파트 붕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레미콘 타설 가능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응결 지연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 타설 이후 굳는 시간도 늘어나면서 구조상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총 5002가구를 짓는 초대형 현장인 반포주공 1단지(1·2·4주구) 주변은 교통량이 많아 상시 도로 정체가 발생하는 구간이다. 수도권 레미콘 제조 현장에서 공사 현장까지 제시간에 조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현대건설의 판단이다. 현재 서울에 레미콘 공장은 풍납동 1곳에만 남아있어 대부분을 지방에서 조달하고 있다.
레미콘 운송 차량이 몰리면서 주변 교통체증이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직접 제조하기로 한 이유다. 이 현장은 레미콘 수요가 많을 때는 하루 8000㎥가 필요하나 레미콘 운송 차 한 대가 운반할 수 있는 양은 6㎥에 불과하다.
현대건설은 배치 플랜트 설치 시 외관을 밀폐형으로 만들어 소음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막겠다는 설명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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