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에 대한 부당대출 사건으로 책임론이 제기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주 금융권에선 ‘임 회장이 이미 이사회에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추석 연휴 전후로 사퇴를 공식화할 것이다’ 등의 지라시가 나돌면서 임 회장의 조기 사퇴설이 확산됐다. 임 회장의 임기는 2026년 3월까지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태와 관련해 “법률적 제재든 비법률적 제재든 최근의 매니지먼트(경영진의) 책임이 있지 않냐”고 지적하면서도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으로 책임을 묻는 것은 감독당국이 아닌 이사회와 주주의 몫”이라고 언급했다. 당국 개입은 최소화하되 이사회 의무를 강조해 간접적으로 거취를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우리금융 이사회는 이와 관련 말을 아끼고 있는 상태다. 9일 한경비즈니스가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에게 전화 및 문자 등의 연락을 취했지만 “언론 인터뷰가 너무 조심스럽다”며 언급 자체를 자제했다. 다만 임 회장이 사퇴 표명을 했냐는 물음에 대해 일부 사외이사가 “사실무근”이라고 전했다.
임 회장은 이번 사태에 대한 개인 입장에 대해선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당초 이달 11일 열기로 한 김병환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의 간담회가 이달 마지막 주로 연기되면서 임 회장의 두문불출이 더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금융지주 회장과의 간담회는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부당대출 사고 적발 후 임 회장이 처음으로 금융당국 수장과 얼굴을 마주하는 자리였던 것.
다만 임 회장은 지난달 28일 오전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전임 회장 친인척과 관련된 부당(부적정) 대출로 인해 국민들과 고객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조사나 수사 결과가 나오면 저와 은행장을 포함한 임직원은 그에 맞는 조치와 절차를 겸허하게 따를 것”이라며 “금융감독원과 검찰에 숨김없이 모든 협조를 다 해 이번 사안이 명백하게 파악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금융권에선 임 회장이 이 원장의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거취를 정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간 이 원장은 논란이 되거나 장기집권했던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을 좌절시켰다.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손 전 회장의 연임에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 등 경고성 발언을 날리며 고강도 압박을 가했고, 결국 손 전 회장은 연임 뜻을 접었다. 윤종규 전 KB금융회장이 용퇴의 뜻을 밝히기도 전 이 원장은 “KB금융 회장 선임 절차가 다른 후보들에 대해서도 공평한 기회 제공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사실상 윤 전 회장의 4연임을 겨냥하기도 했다.
현재 금감원은 우리금융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다음 달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등에 대한 정기검사에 착수한다. 이번 정기검사는 2021년 11월 이후 약 3년 만으로 본래 내년 검사 일정이 잡혀있었지만 최근 전직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 등이 터지면서 일정이 앞당겨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금감원은 우리금융이 최근 추진한 동양생명·ABL생명 등 보험사 인수·합병(M&A)의 적정성도 들여다볼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 후에도 자본비율 적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지를 살펴볼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원장은 동양생명보험과 ABL생명보험 인수에 대해 “당국과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내용”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바 있다.
한편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까지 손 전 회장의 친인척 관련 법인 등에 총 616억원의 대출을 취급했고, 그중 350억원 가량이 부당대출로 보인다는 내용의 조사 결과를 지난달 12일 발표했다. 이후 당국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했고 손 전 회장의 처남 김모씨는 이달 7일 구속됐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과 사문서위조 등 혐의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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