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가을 국내 양대 발레단이 동일한 장소에서 똑같은 고전 발레로 맞붙는다. 투입되는 물량과 요구되는 예술적 기량이 만만치 않은 대작 ‘라 바야데르’를 통해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오는 27일부터 29일까지, 국립발레단은 10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이 작품을 공연한다. 크리스마스 대표 레퍼토리인 ‘호두까기 인형’을 제외하고 두 발레단이 같은 작품을 비슷한 시기에 올리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유니버설발레단은 6년 만에, 국립발레단은 3년 만에 이번 작품을 공연한다.
‘라 바야데르’란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이다. 인도의 힌두사원을 배경으로 한 작품의 주인공은 무희 니키야(국립발레단 표기로는 니키아)와 니키야를 사랑하는 전사 솔로르다.
두 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같은 줄거리를 다루지만, 발레 팬들이 비교해 관람할 수 있는 요소가 적지 않다. 발레단마다 각기 다른 안무가의 버전을 공연하는 덕분이다. 국립발레단은 전설적인 러시아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가 국립발레단만을 위해 재창작한 ‘라 바야데르’를 공연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프랑스 출신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가 고안한 작품을 올린다. 고전 발레 명가 러시아에 영향력을 행사한 안무가다. 1막에서 니키야, 솔로르, 감자티, 브라만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그 안에서 격정적인 동작이 이어지는 점은 비슷하다.
이후 드라마가 절정으로 치닫고 결말에 이르는 2막과 3막에서는 적지 않은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2막의 감자티와 솔로르의 약혼식(유니버설발레단의 표현으로는 결혼식)에서 선보이는 디베르티스망과 니키야의 독무, 그리고 온몸에 황금 칠을 하고 높이 도약하는 ‘황금신상’의 춤 역시 두 발레단의 버전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국립발레단이 표현하는 그리고로비치의 안무는 막과 막 사이에 흘러가는 음악을 강조하고, 간단한 마임이 이어지는 장면에 발레의 춤을 더 삽입해 연결성과 스토리 몰입감이 두드러진다. 유니버설발레단이 ‘라 바야데르 정통의 맥을 잇는다’고 표현한 프티파의 안무는 현재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이 무대에 올리는 버전과 동일하다. 장식적이고 화려한 동작이 특징이다.
두 발레단 공연의 가장 큰 차이는 엔딩 신에 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엔딩은 군무를 추는 무용수들 사이에서 솔로르와 니키야가 영원한 사랑의 맹세를 한다.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사랑을 꿈에서라도 이루겠다는 두 사람의 모습을 스카프로 연결해 강조한다. 국립발레단의 엔딩은 연인을 잃은 솔로르가 절망에 빠지며 망령의 세계에 빠져들고, 어둠 속에서 그녀의 환영을 본다. 이후 현실로 돌아온 솔로르가 독백하며 짙은 여운을 남긴다는 게 특징이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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