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마크 트웨인은 “우리가 80세로 태어나 점차 18세가 되어 간다면 인생은 더없이 행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말에서 힌트를 얻은 스콧 피츠제럴드는 소설 <벤자민 버튼의 기이한 사건>을 썼다. 이 작품은 브래드 피트 주연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로 만들어져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소설과 영화에서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이 젊어질 수 있을까.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얼마 전 우리 몸의 ‘역노화 혁명’이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그는 “생명체의 모든 세포에는 정보 재생을 돕는 ‘젊음의 백업 사본’이 있고, 이를 이용하면 컴퓨터를 재부팅하는 것처럼 우리 몸이 젊어질 수 있다”며 “관련 연구진이 생쥐나 원숭이에서 일정 수준의 역노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다빈치도 10세 안팎 눈으로 관찰
같은 대학 심리학 연구팀의 실험 결과에서는 몸과 마음이 함께 젊어질 수 있다는 게 밝혀졌다. 연구팀이 80세 남성들에게 60세 때의 가구와 옷, 음식을 그대로 재현한 환경에서 한동안 지내게 했더니 이들의 손놀림이 빨라지고 기억력도 향상됐다. 이를 통해 사람의 마음이 시간을 거스를 수 있다면 몸 상태도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됐다. 주변 환경과 심리적 각성, 육체적 변화가 맞물려 일어난 결과다.
이를 지렛대 삼아 젊은 아이디어로 창의력을 키우는 방법을 찾는 연구도 이어지고 있다. 그중 하나가 미국 교육학자 론다 비먼의 ‘네오테니(neoteny) 활용법’이다. 그는 “영장류 가운데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젊음의 유전자’ 네오테니를 되살린다면 육체적 젊음과 함께 어린아이처럼 신선한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네오테니는 유형성숙(幼形成熟)을 뜻하는 생물학 용어다. 어린아이의 특성을 어른이 돼서도 계속 간직하는 것을 말한다. 인류학자 애슐리 몬터규가 정립한 개념인데 그 특성은 열린 마음, 호기심, 즐거움, 흥분, 웃음, 장난기 등이다.
내 안에 잠든 젊은 감각을 깨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론다 비먼은 <젊음의 유전자 네오테니>에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첫째는 젊어지는 ‘생각’(호기심, 탄력성, 낙천성, 경이감)이다. 호기심을 갖고 감탄을 연발하면 생각이 젊어진다. 나무도 탄력성이 좋아야 바람에 쓰러지지 않는다. 낙천적인 자세는 온몸의 감각을 솜털처럼 섬세하고 부드럽게 만든다.
둘째는 젊어지는 ‘언어’(기쁨, 유머, 음악)다. 웃음은 세포에 활력을 주고, 음악은 영혼을 목욕시킨다. 우울증에 걸린 합창단원이 드문 것은 웃음의 효능 덕분이다. 122세까지 장수한 프랑스 여성 잔 칼망도 “아이처럼 자주 웃고 시간을 즐겁게 보내는 게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셋째는 젊게 사는 ‘동력’(일, 놀이, 학습, 사랑)이다. 좋아하는 일과 즐거운 놀이, 새로운 것을 배우다 보면 생각이 푸르러진다. 성공한 사람들은 대부분 어린아이의 감성을 지니고 있다. 나이 들어서도 모든 걸 신기해하고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본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우리는 이 세상의 놀라운 수수께끼 앞에 호기심 많은 아이처럼 서 있는 일을 멈춰서는 안 돼”라며 아이의 호기심을 잃지 말라고 권했다. 그는 자신의 전기 작가에게도 “아이 같은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경외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역시 10세 안팎의 호기심으로 세상을 바라봤다. 헬리콥터와 잠수함 등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거기서 나왔다. 다빈치에게 홀딱 반한 스티브 잡스가 창조의 아이콘이 된 것도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 덕분이었다. 잡스는 “호기심과 놀라운 발상, 영원히 아이 같은 눈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바꾼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창의력은 갓난아기의 정수리같이 말랑말랑한 감수성에서 나온다. 젊은 아이디어와 유연한 사고도 여기에서 싹튼다.
이는 우리 몸속 세포의 염색체 손상을 막아주는 ‘텔로미어’의 역할과 비슷하다. 텔로미어는 염색체의 양 끝단에 있는 일종의 보호막이다. 이것이 닳아서 짧아지면 세포 분열이 멈추고 늙는다. 노벨생리의학상을 받은 엘리자베스 블랙번 교수에 따르면 텔로미어는 두려움이나 불안을 동반한 ‘위협반응’에 약하기 때문에 이를 희망적이고 젊은 ‘도전반응’으로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사고와 낙관주의, 해맑은 동심과 웃음 등이 심신을 젊게 만든다.
3D 안경처럼 색다른 관점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데 유리한 장소는 어디일까. 창의력 전문가인 키스 소여 워싱턴대 교수는 “창의적인 사고를 할 때의 두뇌 영역은 교통체증을 피하려고 할 때 쓰는 뇌와 같다”며 “아이디어가 유독 잘 떠오르는 장소는 목욕탕이나 침대, 버스인데 이런 곳에서 우연히 접한 정보가 해법을 도와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경영 컨설턴트들이 꼽는 욕실(Bath), 침대(Bed), 버스(Bus)의 ‘3B’나 아르키메데스의 원리, 비틀스의 ‘예스터데이’,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 사례와도 닮았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리가 목욕탕에서 나왔다는 것은 다 아는 얘기다. 비틀스의 폴 매카트니가 침대에서 꿈속의 멜로디를 듣고 만든 게 명곡 ‘예스터데이’다. 조앤 롤링은 ‘해리포터’ 얘기를 기차 안에서 시골 풍경을 보다가 떠올리고 동그란 안경 낀 소년과 마법학교 장면들을 구상했다. 송나라 구양수가 <귀전록(歸田錄)>에서 창의적인 영감의 장소로 마상(馬上), 침상(枕上), 측상(上·화장실)의 삼상(三上)을 꼽은 것과 상통한다. 여유(욕실)와 휴식(침대), 여행(버스)은 ‘네오테니 발상법’의 3대 요소와도 맞닿는다.
네오테니 전문가 론다 비먼의 표현을 빌리면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3D 안경 효과’와 비슷하다. 그는 “젊은 감각의 네오테니 관점은 3D 전용극장에서 멋진 3D 안경을 쓰는 것과 같아서 세상이 달라 보이고, 그러면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전혀 다른 이미지로 뚜렷하게 보인다”고 말한다. 작가 마크 트웨인과 스콧 피츠제럴드가 오랫동안 사랑받는 것 또한 남다른 상상력과 특유의 유머 감각, 신선한 발상법과 어린아이의 관점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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