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최소 7명 있어야 유리…'유명무실' 상속세 인적공제

입력 2024-09-10 18:03   수정 2024-09-11 00:16

지난 10년간 재산을 상속받은 상속인 10명 중 9명은 자녀 공제 등 인적 공제가 아니라 5억원의 일괄 공제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 1인당 공제 금액이 1인당 5000만원에 불과해 자녀가 최소 7명은 있어야 일괄 공제를 받는 것에 비해 유리하기 때문이다.

10일 이종욱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상속인 10만3506명 중 9만6666명(93.4%)이 5억원의 일괄 공제를 받았다. 현행법상 상속인은 5억원의 일괄공제 또는 기초공제(2억원)와 자녀공제(1인당 5000만원)를 합한 금액 중 선택해서 공제받을 수 있다.

당초 인적 공제를 도입한 취지는 자녀 수와 가족 내 장애인 여부 등 가족 구성에 따라 맞춤형으로 상속세 공제 혜택을 주자는 차원이었다. 취지대로라면 자녀가 많을수록 더 많은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자녀 6명까지는 기초·인적 공제 금액이 일괄 공제 금액을 넘지 않아 사실상 사문화된 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녀가 6명일 경우 공제액은 기초공제를 포함해 5억원으로 일괄공제 5억원과 같다. 인구 구조 변화로 자녀가 7명 이상인 가구는 극소수다.

정부가 올해 세제 개편안에 자녀 공제를 1인당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포함한 건 사문화된 인적 공제 취지를 되살리고, 출산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일괄 공제는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 공제는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되 자녀 공제 금액은 유지하자는 입장이다. ‘자녀 공제를 확대하면 부의 대물림을 지원하는 꼴이 된다’는 논리다.

12억원짜리 서울 아파트를 상속할 경우 민주당 안대로라면 자녀 수와 관계없이 7000만원을 내게 된다. 정부 안대로라면 1자녀는 9000만원을 내야 하지만, 2자녀부터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이종욱 의원은 “저출생 대응 등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인적 공제를 적극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소람 기자 r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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