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대행 플랫폼 '2강·2중' 체제 재편 가속화

입력 2024-09-10 15:01   수정 2024-09-10 15:02

국내 배달대행 플랫폼 시장에 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기존 상위 배달대행 플랫폼 업체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타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리는 동시에 신생 업체들이 내실있는 성장을 거듭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10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만나플러스를 운영하는 만나코퍼레이션이 라이더 정산금 지급을 지연하고 일일 출금 한도를 제한하는 등 서비스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배달대행 플랫폼 간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 만나플러스에서 정산을 받지 못한 라이더들이 바로고, 생각대로(로지올), 뉴트랙(더가치플래닛) 등으로 유입되고 있는 것.
만나플러스, 유동성 문제 심각...바로고·생각대로도 구조조정
만나플러스는 배달대행 시장에서 20% 가량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사업구조는 만나플러스와 계약한 가맹점(음식점)이 선불 충전금을 예치하면 배달 건당 평균 4000원씩 차감되는 방식이다. 차감된 4000원은 라이더에게 3600원, 총판에 400원씩 배당된다. 라이더와 총판은 직접 배달료를 적립금 형식으로 모았다가 출금할 수 있다. 배달료 명목으로 선불금을 예치한 가맹점도 필요에 따라 출금 가능하다.

그러나 만나플러스는 지난 5월부터 라이더에게 포인트의 출금 가능 금액과 시간을 제한했고, 두 달 후인 7월 13일에는 라이더들에게 ‘대금 지연’을 공지했다. 이후 정산 대금을 8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라이더들은 현재까지 대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의 배경은 유동성 부족이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만나코퍼레이션의 부채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957억 원이다. 자산총액인 772억 원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 만나코퍼레이션은 지난해 130억 원의 영업손실과 299억 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경영난은 만나플러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바로고와 생각대로도 지난해 각각 166억원, 5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특히 바로고는 지난 7월 본사 사옥 외부에 별도 운영하던 사무실 운영을 중단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전체 배달시장이 축소된데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 등 배달앱 업체들이 ‘자체배달’ 비중을 늘린 영향이 크다. 포스(POS) 솔루션 등 신사업에서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선두권 추격하는 군소업체…안정적 재무구조로 신흥 강자 도약
상위 업체들이 경영난에 시달리는 가운데 군소 업체들이 내실있는 경영으로 성장을 지속하면서 업계 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특히 뉴트랙 운영사 더가치플래닛은 주문수(콜수)를 올초 대비 4배 이상 끌어올리며 신흥 강자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배달대행 업계에서 유일하게 흑자전환에도 성공했다. 구조조정에 여념이 없는 타 업체들과 달리 임직원 채용을 늘리고 있는 점도 눈길을 끈다.

더가치플래닛은 최신 클라우드 환경을 기반으로 개발돼 기존 배달대행 플랫폼의 취약점으로 지목된 시스템 안정성을 대폭 강화했다. 배달지사, 음식점의 배달수행은 물론 점포 운영상 편의성도 개선했다는 평가다.

타사 프로그램에 구현되지 않는 다양한 기능들도 특징이다. 배달 지사 중심의 관제가 이뤄지는 기존 방식은 물론 음식점 또는 상점 특성별로 라이더를 매칭해 주문 배차의 효율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또 프로그램 내 UI·UX는 배달지사, 음식점 등 관리자들의 업무 특성에 따라 선택 가능하도록 했다.

향후 업계는 기존 만나플러스, 바로고, 생각대로 3강 체제에서 바로고와 생각대로를 부릉과 뉴트랙이 추격하는 2강 2중 체제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만나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향후에는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지닌 업체들만 생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흑자를 내고 경쟁력을 갖춘 신흥업체들이 기존 상위업체를 위협하는 추세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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