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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런 에스테베스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 차관은 10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경제안보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미국과 동맹의 안보를 위협하는 첨단기술을 확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엔비디아의 최첨단 그래픽처리장치(GPU)를 못 쓰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GPU와 함께 AI가속기에 들어가는 HBM을 거론하며 “세계에서 HBM을 만드는 세 곳 중 두 곳이 한국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이라며 “그 역량을 우리 동맹을 위해 개발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HBM은 D램을 쌓아 용량과 대역폭(데이터 처리 능력)을 키운 반도체 패키지다. 씨티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시장 점유율은 각각 52%와 41%로 관측된다. 미국의 중국 수출 규제가 효과를 내려면 두 회사가 반드시 동참해야 한다고 판단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미국의 HBM 수출 규제가 현실화하면 두 회사는 작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HBM 시장 규모는 약 170억달러(약 23조원)에 이른다. 이 중 10% 안팎은 중국 몫이다. 바이두, 텐센트 등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3세대 HBM(HBM2E) 등 구형 제품을 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신 HBM을 찾는 중국 대형 정보기술(IT) 기업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부정적인 영향이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삼성전자는 자체 개발 중인 AI 추론용 가속기 ‘마하 2’(가칭)를 바이두 등에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마하 2는 저전력 D램을 쓰는 마하 1과 달리 최첨단 HBM을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하 2의 메모리를 바꾸거나 중국 납품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 역시 ‘미래의 큰손’을 놓친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 아니다.
삼성전자가 미국 현지에서 진행 중인 반도체 투자를 지렛대 삼아 HBM 규제 수위를 낮추는 데 주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예컨대 최첨단 HBM 수출 규제는 받아들이되 구형 제품은 공급할 수 있도록 절충하는 방식이다.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한국 특파원들과 만나 “미국 정부가 확정한 게 없어서 우리가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미국이 먼저 협의를 요청할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황정수 기자/워싱턴=이상은 특파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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