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4년 10월 28일 화가 이중섭이 일본에 두고 온 두 아들과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편지다. 꾹꾹 눌러쓴 글귀 주위로 가족이 모여 활짝 웃는 삽화가 그려져 있다. 6·25전쟁으로 인해 떨어진 가족과 그림에서나마 재회하려는 절절한 사연을 간직한 작품이다.
서울 부암동 석파정 서울미술관의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에서는 이중섭이 가족에게 보낸 미공개 편지와 그림을 만나볼 수 있다. 이중섭의 아내 야마모토 마사코가 세상을 떠나기 전 그 집을 가족들이 정리하다가 찾은 편지들 중 일부다. 이중섭이 연애 시절 마사코에게 보낸 엽서화 6점도 함께 공개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석파정 서울미술관의 다른 소장품도 감상할 수 있다. 신사임당의 초충도와 추사 김정희의 서화 등 조선시대 명작부터 김환기, 서세옥, 정상화 등 현대미술 대가들의 작품까지 아우른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이우환의 ‘대화’ 시리즈도 놓치지 말 것. 전시는 연휴 기간 내내 이어진다.
고향 정취가 그립다면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국현) 서울관을 찾아보자. 한국 1세대 조경가 정영선의 ‘이 땅에 숨 쉬는 모든 것을 위하여’가 열리고 있다. 정영선의 조경 철학은 화려하지만 인위적인 중국 일본의 조경과 다르다. 자연을 최대한 원래 상태로 두고 조화를 모색한다. 그의 정원이 고향 시골의 안뜰 같은 편안함을 주는 이유다.
정영선은 이번 전시를 위해 국현 서울 안쪽 중정과 외부 마당을 직접 꾸몄다. 한국에서만 자생하는 고유 식물을 활용했다. 실내에선 여의도샛강생태공원, 선유도공원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맡아 온 그의 반세기 작품 여정도 살펴볼 수 있다. 서울관은 추석 당일인 17일에만 휴관한다.
이번 전시에는 11개국 60여 팀이 참가했다. 점이 가득한 호박 작품을 그리게 된 계기를 설명하는 쿠사마 야요이의 초기 영상 작업, 필리핀의 선구적인 현대미술가 이멜다 카지페 엔다야가 모국의 자유를 위해 투쟁해 온 여성들을 형상화한 설치 작품 등을 만날 수 있다. 국내 작가로는 박영숙, 윤석남, 김진숙, 정정엽 등이 참여했다.
서울 중계동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의 기획전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는 사회적 소수자에 주목한 전시다. 한국 페미니즘과 장애, 퀴어 예술 등과 관련한 소장품 74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 본관과 분관(남서울미술관, 북서울미술관, 미술 아카이브) 등 네 곳을 연계한 소장품 기획전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북서울미술관은 연휴 내내 운영한다.
서울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의 ‘삼국삼색(三國三色)-동아시아의 칠기’ 전시는 한국의 뿌리를 살펴보기 좋은 전시다.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주는 고려시대 나전칠기부터 현대적 미감이 돋보이는 20세기 초반 ‘나전 칠 연상’까지 국보급 유물이 총출동했다. 일본 중국의 칠기와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덤. 국립중앙박물관은 추석 당일인 17일 휴관한다.
어릴 적 간송미술관을 찾은 추억을 간직한 중장년층 관객이라면, 이번 연휴에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로 발길을 옮겨보자. 간송미술관 특별전 ‘구름이 걷히니 달이 비치고 바람 부니 별이 빛난다’가 열리고 있다. 훈민정음해례본, 신윤복의 미인도 등 간송미술관의 국보급 소장품을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전시다. DDP는 16일 휴관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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