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편은 원작만 못하다’는 편견이 있다. 속편을 보면 원작의 감동을 파괴한다며 일부러 보지 않는 관객까지 있을 정도였다. 요즘 극장가에는 통하지 않는 얘기다. 지난해만 해도 ‘듄2’ ‘존 윅4’ ‘가디언스 오브 갤럭시3’ 등 여러 속편의 영화가 관객에게 사랑받았다. 이번 추석 극장가에는 유명작의 속편이 관객을 찾는다. 원작이 가진 강점은 유지하고, 트렌드를 반영하거나 새 캐릭터를 등장시켜 ‘익숙하지만 새로운’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속편 영화뿐 아니라 선선한 가을 날씨와 어울리는 스릴러 영화도 여러 편 감상할 수 있다. 특히 감독부터 제작진까지 ‘스릴러’ 대가들로 뭉친 팀이 수준 높은 작품으로 관객의 묵은 더위마저 시원하게 날려줄 것으로 기대된다.
신작에서도 서도철의 능청스러운 캐릭터는 그대로다. 전편에서 입던 의상과 헤어스타일 그대로 등장했다. 그는 용의자를 향해 이렇게 외친다. “아, 형사니까 이러는 거죠, 우리 호봉이 1년에 겨우 5만원 올라요!”
전작에서는 절대 악인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와 서도철의 치열한 추격전으로 관객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다면 신작에서는 복수를 자행하는 연쇄 살인범을 추적하며 깊이를 더했다. 전작의 조태오가 절대 악이었다면, 신작에서는 사적 복수를 제재하는 공권력의 역할을 다룬다. ‘법이 개판’이라는 이유로 사적 복수를 원하는 대중, 또 이들을 부추겨 이득을 보는 사이버 렉카 등 최근의 세태를 반영한 장면이 눈에 띈다.
서도철은 인간으로서는 사적 복수에 공감하지만, 형사로서는 명확히 선을 긋는 모습을 보인다. “사람 죽이는 데 좋은 살인 있고 나쁜 살인 있어?”라고 소리치면서.
류 감독의 액션은 한층 쫄깃해졌다. 공원 계단에서 온몸을 구르며 펼쳐지는 추격신, 비가 쏟아지는 옥상에서의 코믹한 액션신, 마약 소굴에서의 아찔한 액션신 등 다양한 성격의 액션신으로 관객에게 ‘사이다’를 선사한다. 새로 합류한 막내 형사 ‘박선우’(정해인)도 돋보인다. 그는 ‘은은한 광기’로 극의 긴장감을 끌고 간다.
유일무이한 세계를 창조하는 영화감독 팀 버튼의 대표작 ‘비틀쥬스’가 돌아왔다. 무려 36년 만에. ‘비틀쥬스 비틀쥬스’(비틀쥬스2)는 1988년 개봉한 ‘비틀쥬스’의 프리퀄이다. 영화는 사후 세계와 유령을 다루면서도 시니컬하고 코믹한 내용으로 미국인들을 사로잡았다. 특히 기괴한 외모의 유령과 고스룩 패션 등으로 당시 미국의 아이코닉한 영화로 자리 잡았고, 팀 버튼 영화 세계를 확립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팀 버튼은 ‘가위손’(1990), ‘크리스마스의 악몽’(1993), ‘찰리와 초콜릿 공장’(2005) 등 ‘오싹 동화’로 대표되는 그만의 독특한 영화적 스타일을 구축해 나갔다.
비틀쥬스2는 원작의 감성을 그대로 재현했다. 현실과 동화를 오가는 판타지적 요소, 피에로를 연상케 하는 비틀쥬스의 기괴한 분장과 스트라이프 양복 등이 대표적이다. 원작 주요 배우들도 다시 등장해 반가움을 자아낸다. 비틀쥬스 역의 마이클 키턴을 비롯해 위노나 라이더는 리디아 디츠로, 캐서린 오하라는 리디아의 어머니인 델리아 디츠 역으로 분한다.
그럼에도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몇몇 설정을 추가했다. 여주인공 리디아 위츠가 유명 유튜버로 활동한다든지, 그의 딸(제나 오르테가)이 새로 합류하는 것이 그렇다.
이외에도 두 편의 주요 스릴러 영화가 극장가에 걸린다. 제임스 왓킨스의 영화 ‘스픽 노 이블’과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트랩’이다. 두 감독 모두 ‘스릴러의 장인’으로 불릴 만큼 이 분야에 정통한 감독으로 호평받아왔다.
스픽 노 이블은 휴가 중 우연히 만난 낯선 가족들의 초대에 응하면서 벌어지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다룬다. 왓킨스 감독은 단지 공포심 유발을 넘어 우리 사회에 감춰진 깊숙한 관습과 인간관계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영화 ‘트랩’은 최악의 연쇄살인마가 탈출을 위한 사투를 벌이는 독특한 내용이다. 스릴러의 거장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기존에 ‘식스센스’(1999), ‘사인’(2002) 등 초자연적이고 미스터리한 스릴러물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신작은 전작에 비해 현실적이고 직관적인 분위기를 선보일 계획이라고. 화려한 퍼포먼스와 강렬한 비트로 가득한 대규모 콘서트장을 배경으로 어린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연쇄살인마의 사투를 그려내며 쫄깃한 긴장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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