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앞에 버렸는데 4만원 벌었다"…요즘 인기폭발 '짠테크'

입력 2024-09-18 07:57   수정 2024-09-18 09:07


'헌 옷 56kg, 단가 700원. 총지급 금액 3만9200원'

18일 오전 인천 주민 윤 모씨(33)는 집안 내 안 입던 헌 옷을 모두 정리해 쏠쏠한 쌈짓돈을 벌었다. 쓸만한 옷들은 중고 거래 플랫폼에 정가 대비 절반 가격에 내놓고, 버릴 옷들은 중고 의류 수거업체에 맡기는 식이다. 이날 아침 윤 씨가 헌 옷을 비닐에 담아 문 앞에 내놓자 A 수거 업체는 반나절도 채 안 돼 이를 수거해갔다.

윤 씨는 “이사할 때마다 대량의 헌 옷을 처리하기 어려웠는데, 헌 옷을 팔아서 집 정리를 할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어 ’일석이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일반 쓰레기나 의류 수거함을 통해 버려지던 '헌 옷'을 거래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고물가 여파로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시민들 사이 일종의 '짠테크' 수단으로 알려지면서다. 1인 가구 증가와 주택 슬림화 여파로 안 입는 헌 옷을 버리기보다 판매해 수익을 얻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최근 헌 옷을 매입하는 업체들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늘고 있다. '헌 옷 페이', '헌 옷 언니' 등 중고 의류 수거 업체가 대표적이다. 헌 옷의 단가는 폐섬유 kg 당 200~700원으로 다양하다. 업체들은 20kg 이상의 헌 옷을 모아 수거를 신청하면 단가에 따라 돈을 지급하는 식으로 영업하고 있다.

서울의 한 헌 옷 수거업체 관계자는 “고물상의 경우 ㎏당 단가가 100~200원에 불과하지만 대부분 헌옷 수거 업체는 이보다 높은 단가를 쳐준다”면서 “특히 주부들과 1인 가구 자취생 등 집안에 입지 않는 옷들을 한 번에 정리하는 분들이 많아 최근 이용이 느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이들이 성행하는 이유는 1인 가구의 보편화와 주택 슬림화 트렌드로 헌 옷을 버리는 이들이 많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이른바 ‘패스트 패션’ 트렌드의 영향도 있다. 자취생 강 모씨(28)는 “옷을 한 번 사면 1~2년 내 버리거나 입지 않고 옷장 안에 넣어두는 옷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예전처럼 비싼 옷을 사서 오래 입는 게 아니라 비교적 저렴한 옷을 짧은 기간 내 소비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매년 헌 옷 수거함에서 나오는 헌 옷 양만 수십만톤에 달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헌 옷 재테크가 환경 오염을 줄이고, 자원 순환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조언한다. 환경부 폐기물처리현황에 따르면 2022년 발생한 폐섬유류는 36만8397t으로, 폐섬유류는 매년 느는 추세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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