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수익화에 대한 시장의 의심이 이어지고 있지만 (AI) 확산 흐름을 봤을 때 우려를 제기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AI 산업은 이제 B2B(기업 간 거래)에서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로 넘어가 수익화할 수 있는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김 센터장은 "AI 사업이 지금까지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사(CSP) 주도하에 B2B 위주로 이뤄졌다"며 "현재 CSP들은 새로운 AI 생태계를 선점하는 것이 유일한 목표이기 때문에 거대언어모델(LLM)을 훈련하는 경쟁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소비자들이 돈을 지불할 만한 AI 서비스가 부재했는데, 하반기 스마트폰·PC 위주의 온디바이스(내장형) AI가 확산하면 B2C 서비스 수익화의 초석이 마련된 것으로 볼 수 있어 긍정적"이라며 "실제 수익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겠지만 주가는 선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애플이 지난 9일(현지시간) AI 기능을 탑재한 아이폰16 시리즈를 공개한 것을 두고 B2C 수익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김 센터장은 평가했다. 그는 "빅테크들은 개인화된 비서형 AI에 조금 더 주력해 플랫폼을 만들려 하고 있다"며 "애플이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 다수의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용하고 여기에 정보도 많이 들어가 있어 굉장히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기 침체가 아니라는 전제로 반도체 업종은 매수 기회"라며 "SK하이닉스의 내년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2배 수준이고, 삼성전자의 경우 PBR이 역사적 하단에서 거래 중"이라고 했다.
이어 "결국 피크아웃(정점 통과 후 하락) 우려를 뚫고 실적이 좋아질지가 관건"이라며 "다만 시장 기대치가 전반적으로 낮아진 상황에서 (반도체주에) 베팅하자는 의견을 가지고 있고, 한 번 더 반등하면 비중을 줄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면 최근 2차전지주에서 나타난 반등 흐름은 반도체발 수급 요인과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일시적 결과란 분석이다. 전기차 업황이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을 극복하고 구조적으로 개선됐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는 진단이다.
김 센터장은 "국내 양극재 수출 단가의 바닥이 관측되긴 했지만, 리튬 가격 반등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전방 자동차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의 투자 축소와 수요 감소로 2차전지 판매가 전반적으로 감소할 수 있어 올해 4분기까지 업황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 센터장은 "금리 인하 자체보다 '금리 인하는 경기 침체'란 시각이 증시 변동성을 높인다"며 "인하 이후 경제 지표가 나쁘지 않으면 상승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하가 저소득층과 중소기업에 더 효과적으로 작용해 인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며 "미국 경제가 양호하면 달러화 약세 진정,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도 크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금융투자소득세도 증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김 센터장은 짚었다. 그는 "금투세를 도입하겠다는 것은 20·30세대의 자산 증식 사다리를 걷어차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큰 손들의) 자금 이탈로 과세 대상이 아닌 개인투자자들이 피해를 본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청년 세대가 희망을 가지려면 집값은 내려야 하고 증시는 상승해야 한다"며 "결국 (정부와 정치권은) 주주환원을 많이 하는 기업에 장기 투자했을 때 괜찮은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시장 환경을 만들어 주는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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